[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3~14일(현지시간) 발생한 파리 연쇄 폭탄 테러로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 대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르 펜은 지속적으로 반이민 정책을 주장해왔던 극우 여성 정치인이다. 약 130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낸 이번 테러리스트들이 난민을 가장해 프랑스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르 펜과 국민전선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는 내달 6일 노르파드칼레 지방선거를 치른다. 애초 노르파드칼레 지방선거에서 국민전선이 당 역사에 남을만한 결과를 얻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상황에서 이번 연쇄 테러는 국민전선에 또 다른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연쇄 테러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발생했다며 국민전선이 내달 지방선거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기회로 이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7년 대선을 겨냥하고 있는 르 펜 개인에게도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르 펜은 테러가 발생한 직후 이슬람 국가(IS) 섬멸을 주장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14일에는 파리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프랑스가 당장 모스크 사원을 폐쇄하고 이슬람 조직을 금지해야 하며 위험한 외국인들과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분쇄돼야만 한다며 우파 유권자들에 지지를 호소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2017년 대선에서 프랑스 최초의 여성 대통령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르 펜이 최소한 두 명이 겨루는 결선투표까지는 나갈 가능성이 높아보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IFOP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대중운동연합(UMP)에서 당명을 바꾼 공화당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올 경우 사르코지가 23%, 르 펜이 28%를 얻어 르 펜이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은 21%의 지지율로 3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에서 사르코지와 르 펜이 결선투표를 치르면 사르코지가 결국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공화당 후보로 사르코지 대신 알랭 쥐페 전 환경부 장관이 출마할 경우 양상은 달라진다. 이 경우 르 펜의 지지율은 29%로 오르지면 31.5%의 지지율을 기록한 쥐페에 밀릴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올랑드 대통령은 여전히 20.5%의 지지율로 여전히 3위에 머물렀다.
외교관인 프레데릭 끌라보는 르 펜이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려면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르 펜이 지나치게 극단적일 뿐 실제적인 해법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이번 사태가 우파지만 좀더 중도 성향인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더 호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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