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스스로 유치 신청한 그들, 이제와서 반대여론..영덕에 무슨일이
지역발전위해 만장일치로 가결해 유치 신청해놓고 번복
일주 주민·시민단체 주도 1박2일 투표…그 자체가 불법
그나마도 3분의 1이상 참여 안해…부정조작 가능성까지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경북 영덕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둘러싼 투표가 끝났다. 지난 11일과 12일 진행된 투표는 참여율 32.52%를 기록했다. 전체 주민 가운데 10명 가운데 6명가량이 투표에 불참한 것이고 이보다 많은 투표율이 나왔더라도 불법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 해프닝으로 넘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민간단체 주도로 이뤄진 투표로 인해 정부의 원전정책에 대한 불신과 지역주민 사이에 갈등을 조장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남기게 됐다. 영덕군은 5년 전 스스로 원천 유치를 신청했다.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벌어져 주민투표까지 강행했을까.
영덕에 원전이 들어서는 계획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 한국수력원자력은 부지여건, 지방자치단체 유치의사 등을 고려해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 전남 해남과 고흥을 대상으로 원전 유치 신청을 요청했다.
지역발전을 위해 원전 건설 유치를 타진해왔던 영덕군 의회는 12월30일 원전 유치동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하고 12월31일 원전 유치를 신청했다. 영덕군 외에도 삼척시와 울진군 등이 신청하면서 3파전 양상으로 흘렀다. 이듬해인 2011년 12월 원전 부지선정위원회는 신규 원전 부지로 영덕과 삼척을 선정,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원전 유치 반대 여론은 크지 않았다. 2012년 9월14일 영덕 천지원전 예정구역 지정고시가 이뤄지기 전까지 지자체는 원전 신청을 철회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원전 유치에 속도를 높여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1월21일에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영덕을 방문해 단기지역 공헌사업비 100억원, 특별지원금(자율유치가산금) 380억 교부 등 지역사회 지원 내용도 약속했다. 이어 올 7월 확정된 제7차 전력산업기본계획에서 2026~2027년 건설 예정이었던 신고리 7, 8호기 대신 영덕 천지 원전 1, 2호기를 건설키로 확정됐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갑자기 반핵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이 주민투표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현행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국가 또는 다른 지자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도록 규정돼있다. 결과적으로 법적 근거 없는 주민투표가 이뤄진 꼴이 됐다.
이번 투표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일부 정치지망생들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인지도 높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꽤 많다. 영덕군이 추가로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는 게 불가능했고 주민투표를 주도한 시민단체에 총선을 겨냥하고 있는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투표 결과 반대의견이 91.7%로 압도적이었지만 법적으로 어떠한 효력을 갖지 못한다. 또 주민투표법에는 주민투표의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유권자 3분의 1이상(33.33%)이 참여해야 하는데 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투표일 중에 투표인명부가 달라져 부정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고 경로당 등에서 지역주민을 동원해 투표에 참여하게 하는 불법 선거 운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원전 유치 찬성 홍보물을 무단으로 훼손하는 등 주민 사이에 갈등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 '영덕 원전 관련 군민들께 올리는 서한'을 통해 “지자체의 자율적인 신청과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국가정책에 대해 법적 근거 없는 투표를 통해 번복을 요구하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3일 영덕군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찬반 투표로 지역사회가 분열되고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주무장관으로서 송구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일부지만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영덕군민이 계시다는 점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안전한 원전 건설과 운영, 상생의 지역발전을 위해 세심한 배려와 열린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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