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성장하면 2039년 경제규모 2배...그땐 이미 인구는 9년째 감소중인데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한국 경제가 유령(Phantom)을 쫓고 있는 듯하다. 유령 중 두목은 '성장률 3%대 달성'이다. 정부는 이 유령을 잡으면 국민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잡힐 듯 하지만 잡을 수 없는, 손에 넣은 듯 하지만 결국 놓칠 수밖에 없는 유령의 실체는 무엇일까.
제 3공화국이었던 1963~1972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9.5%였다. 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실시됐던 1972~1977년을 포함해 1979년까지도 8.82%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이 이어졌다. 전두환 정권 8년 동안 7.46%, 노태우 정부에서는 5년간 8.36%를 기록했다. 심지어 김영삼 정부 때에도 5년간 7.1%라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기적에 가까운 수치를 나타냈다.
인구는 1950년 2000만명 선에서 1970년 3088만명으로, 그리고 1990년에는 4300만명을 돌파했고 2010년 4900만명을 넘어 현재는 5100만명 수준이다. 인구 팽창과 급속한 경제성장이 동시에 이뤄졌다. 인구 증가는 잠재성장률과 불가분의 관계다. 1953년부터 2014년까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20배 증가했다. 인구 증가율보다 성장률이 훨씬 더 높았던 것은 출발점이 67달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부터 줄어든다. 총인구도 2030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연 3%씩 성장하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4년 후인 2039년에 두 배로 성장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구가 정점을 찍은 후 9년이 지난 시점이다. 생산가능인구는 현재 3600만명에서 2800만명대로 추락한다. 경제 규모는 두 배가 되는데 생산가능인구는 800만명이나 줄어든다는 말이다. 비상식적이다.
'출산율'이라는 유령은 3%대 성장률 달성의 동생뻘이다.
정부는 출산과 보육 지원을 늘릴 테니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저출산에 따른 세대 간의 전쟁을 우려하기도 한다. 과연 출산 비용과 보육비 때문에 아이를 더 갖지 않을까.
가계의 부를 축적하는 양대 축은 노동 소득과 상속(증여) 자산이다. 물려받은 재산이 변변치 않은 서민 부모가 평생 노동을 통해 5억원짜리 아파트를 가까스로 보유하고 은퇴한다고 치자. 비루한 노후를 각오하면 자식이 한 명일 경우 최소한 수억 원을 물려줄 수 있다. 아이가 둘이면 절반이고, 세 명이면 1억원도 안 되는 금액을 상속해 줄 수밖에 없다. 부의 불평등이 완화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직감하고 있다. 나누는 수가 적을수록 내 자식이 본인처럼 흙수저가 아니라 최소한 동수저라도 입에 물 수 있다는 걸. 참고로 우리나라에선 20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자산 상위 10% 계층에 금융 자산과 부동산을 포함한 전체 부(富)의 66%가 쏠려 있다(동국대 김낙년 교수 분석).
앞으로 벌어지는 건 세대 간의 전쟁이 아니라 경제 계급 간의 전쟁이다. 여기서 계급 보존이나 상승을 위한 본능적인 출산 감소가 발생한다.
정부가 3%대 성장을 달성하겠다며 가계부채 1100조원 시대에 대규모 세일행사 등으로 소비를 유혹하는 건 정도가 아니다.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가 아니라 서민들의 소비를 쥐어짜 기업들의 반짝이익을 늘려 주고 이후에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힘든 역낙수효과(trickle up effect)만 유발할 수 있다.
정부는 소득(상속) 세제개편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저소득층의 세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자산)층의 최고세율을 서서히 올려가야 한다. 노인일자리의 창조적 확대 정책도 절실하다.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복지비용을 줄이고 그 재원을 실업 등 다른 사회안전망 구축에 써야 한다. 비정규직의 임금인상도 필요하다. 한계생산성을 철저히 따져 최소한 그 수준에 달하는 임금을 줄 필요가 있다. 앞으로 노동유연화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사회 혼란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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