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 걸러 하나씩 치킨집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이 말이 맞다. 지난달 통계청이 2013년 치킨 전문점 수는 2만2529개라고 발표했다.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만 집계한 숫자다. 어느 기업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전체 치킨 전문점 수는 3만6000개에 달한다고 한다. 개인이 치킨 전문점을 하는 자영업자를 포함한 숫자다. 지난 10년 동안 매년 9.5% 증가했다.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딜 가나 맥도널드 매장을 마주한다. 어떨 땐 반가울 정도다.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은 3만5429개다. 한국의 치킨 전문점이 더 많다.
치킨집은 상대적으로 창업이 쉽다. 조리 기술이 특별하지도 않다. 가게가 그리 크지 않다. 프랜차이즈를 끼고 하면 더욱 손쉽다. 게다가 베이비붐(1955~1963년생)의 은퇴와 맞물려 있다. 1955년생이면 이제 60세다. 월급 생활자는 더는 힘든 나이다. 일을 안 하고 노년을 보내긴 어렵다. 대부분 연금이나 복지수당도 충분하지 않다. 월급이 두둑했던 과거도 있었다. 그 시절 은퇴 후 준비도 못했다. 자녀 교육비 탓이다. 그래서 이런 창업을 생계형 창업이라 한다.
생계형 창업 증가는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와 맞물려 있다. 2011년 이후 개인사업자 대출이 매년 10조 원 이상 증가했다. 올해 대출 규모는 지난 9월 현재 23조3000억원이다. 제2금융권의 대출을 포함하면 대출 규모는 더 늘어난다. 대출 규모가 증가한 이유는 낮은 금리 탓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는 생계형 창업 증가로 설명하는 게 맞다.
통계청 자료로 치킨집의 오늘을 그려 본다. 2만2529개 치킨집에서 5만2736명이 일한다. 점포당 2.34명이다. 점포당 1년 평균 매출액은 1억898만원이다.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908만원이다. 여기서 임대료로 월 51만원을 낸다. 그리고 영업비, 인건비, 기타 경비가 빠져나간다. 이제 이익(급여액)이 남았다. 점포당 연간 718만 원이다. 월로 계산하면, 매월 59만8천103원이다. 대출 이자까지 지급하면 남는 게 없다. 가족 종사자에게 지급한 임금이 있긴 하다. 그렇더라도 집으로 가져가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 참고로 2015년 1인당 최저생계비는 92만5922원이다.
생계형 창업은 소중한 경제 가치를 지닌다. 보통 가계는 기업에 노동을 제공한다.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그 임금으로 기업의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한다. 이게 경제의 순환이다. 치킨집은 기업이자, 가계이다. 스스로 노동을 하고, 대가를 받는다. 그리고 기업의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자 임무를 수행한다. 이들의 노동, 즉 생산활동이 여의치 않으면 소비활동도 여의치 않다. 치킨집이 어려울수록 경제는 순환되지 않는다. 경기 침체가 더욱 깊어지는 이유다. 지난 10년간 개인사업자 창업은 949만개다. 그리고 폐업은 793개다. 창업자의 생존율은 16.4%에 불과하다. 특히 폐업 중에 치킨집이나 커피 전문점 등 음식점이 전체의 22%이다. 업종별로 보면 최대 수준이다.
생계형 창업자에게 생존은 투쟁이다. 그러나 음식점은 투쟁할 거리가 만만치 않다. 프랜차이즈에 의존했기에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개발 능력도 부족하다. 그렇다면 생존 투쟁은 가격 경쟁으로 이어진다. 요즘 커피 1ℓ에 1000원짜리가 등장하는 배경이다. 결국 생계형 창업은 '생존형 창업'이 됐다. 이들의 생존이 어려울수록 재정 투입은 불가피하다. 경제 흐름의 최전선에 있는 생산을 기업이자, 소비하는 가계이기 때문이다. 재정 투입을 해도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그렇다고 재정 투입의 효과가 낮다고 비난하기도 어렵다.
생계형 창업의 실패는 가계 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재기하기도 어렵다. 대부분 또 다른 생계형 창업을 부른다. 그 사이 은행 대출은 더욱 늘어난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창업의 역동성을 강조해 왔다. 활발한 창업이 경제에 활력을 넣는다는 생각이다. 치킨이나 커피 프랜차이즈 광고는 요즘도 쉽게 눈에 띈다. 생계형 창업을 돕기 위해 상권 분석 지원사업도 있다. 빼곡히 들어선 치킨집과 커피집은 분석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실업자에게만 하는 일자리 제공, 직업 교육 및 훈련의 기회를 이들에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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