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 수년째 매출 부진…출점 규제와 경기불황 직격탄
구조적 한계 직면, 저성장 시대 진입에 따른 소비행태 변화
투자비용 회수 소요기간, 대형마트 8년·백화점 9년…"성장 부정적"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대형 유통업체들은 몇 년째 매출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출점 규제와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침체로 역신장이 해마다 반복되는 추세다. 모바일, 온라인몰 등 채널다변화가 기존 오프라인업체를 잠식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형 유통채널들이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혔다고 보고 있다. 저성장 시대 진입에 따른 소비행태 변화 및 시장구조 한계에 따른 영향이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출점 규제·소비 침체…성장성 제한=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제도의 존속기한을 오는 2020년까지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대안을 의결했다.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제도는 지난 2010년 11월24일부터 시행돼 11월23일로 효력이 만료될 예정이다.
지난 7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1일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제도의 일몰을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2건을 심사해 3년 연장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유통법 개정안은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당초 3년 연장을 주장한 데 반해 야당은 5년 이상 또는 기한 삭제를 주장해 왔다.
현재 대형마트는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매월 두 번째와 네 번째 주 일요일에는 휴무를 해야 한다. 또 매일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다. 대형마트 신규 출점도 전통시장 반경 1㎞ 이내는 제한된다.
실제 출점도 줄었다. 올해 이마트가 신규 개장했거나 예정인 점포는 최대 5곳, 롯데마트는 4곳이다. 홈플러스는 1곳뿐이다. 2000년대 초중반 매년 10여 곳씩 문을 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감소다.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도 줄어들면서 기존점포 성장률도 급격하게 하락하는 양상이다.
남성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할인행사 및 상시할인정책, 전년 낮은 베이스 효과와 전반적으로 깔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어 대형 유통채널의 영업환경이 부정적임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대형 유통채널 성장성이 제한되는 가장 큰 이유로 꼽는 부분은 출점을 통한 성장이 더 이상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가지 못하게 되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당한다"며 "임대매장 업자와 농어민 등 납품업자도 생계에 피해를 입게 된다"고 토로했다.
◆투자금액 회수 기간…마트 8년, 백화점 9년=키움증권에 따르면 2013년 12월말 기준 대형마트 점포수는 449개, 백화점 97개, 복합쇼핑몰은 82개로 집계됐다. 점포당 적정인구수를 정확하게 추산하기 어려우나, 현재 인구수와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기준 대형마트 점포당 인구수는 약 10만6000명으로 집계되며, 소비지출여력이 높은 연령층(30세 ~ 60세)을 기준으로 산정해보면 약 5만명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2년 점포당 인구수가 21만명임을 감안할 때 절반수준으로 감소한 수치다.
대형마트 1개 점포를 출점하는 비용은 통상적으로 약 700억~1000억원 수준이며, 연간 매출 목표치는 약 700억원 수준이다. 기존 점포 성장률이 물가상승률에(연간 3%) 수렴하고 정상 영업이익률인 7% 수준을 벌어들인다고 가정할 때 토지가치를 제외한 투자금액 회수 기간은 약 8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 연구원은 "현재가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 공격적인 가정"이라며 "7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점포당 회수에 걸리는 기간은 생각보다 더디게 나타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2013년 점포수를 기준으로 지역별 출점여력을 소비지출 여력과 대비해서 비교한 결과 서울과 울산 등 일부 수도권을 제외하고 점포당 매출액이 700억원을 상회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즉, 출점을 통해 성장성을 모색하기란 쉽지 않으며, 현 구조하에서는 출점이 기존점 성장률을 감소시키는 역의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구간으로 진입했다는 얘기다.
백화점 역시 동일한 결과가 도출됐다. 오히려 의류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영업환경은 더욱 열위에 있는 것으로 봤다. 백화점 1개 점포를 출점할 때 들어가는 투자비용은 통상적으로 2000억~5000억원 수준이 소요된다. 연간 매출규모도 규모에 따라 상이하지만 3000억원 투자금액 기준으로 2500억원에서 3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 연구원은 "대형마트와 동일하게 기존점포 성장률을 약 3% 수준으로 가정하고 정상 영업이익률이 7% 수준을 벌어들인다고 가정할 때 토지가치를 제외한 투자금액 회수기간은 약 9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약 30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점포당 회수에 걸리는 기간이 9년이라는 점은 향후 3년내 경제환경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빗대어 봤을 때 상당히 부정적인 수치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와 같은 성장 전략을 가지고는 더 이상 점유율을 증가시키기 어렵다"며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존 경쟁업체의 점유율 경쟁과 일부 중소형유통업체 시장 축소 과정에서 차별화된 실적을 기록할 수 있지만, 국내소비경기 회복이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전환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신규점포 확대는 기존점포와의 잠식효과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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