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금융위원회가 40년 만에 정책보증 체제를 전면 개편하기로 한 것은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보증을 차별화해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서 창업 5년 내 기업에는 연대보증을 폐지키로 하는 등 창업·성장기업에 대한 정책 보증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은 데스벨리(Death Valley, 창업후 3~5년) 리스크를 낮춰 창업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현재 우리나라 창업기업의 3년 후 생존율은 41.0%로 OECD중 최하위권이다. 호주 62.8%, 미국 57.6%, 이스라엘 55.4% 등에 한참 못 미치다 보니 데스벨리 탈출을 위한 정책보증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현행 14조3000억원 규모인 창업·성장초기 기업에 대한 보증공급액을 17조6000억원으로 23% 늘리기로 하고 창업 후 5년간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창업 3년이내이고 신용등급 BBB 이상인 곳만 면제받았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로 보증혜택을 받는 창업기업이 올 9월말 기준 1400개에서 향후 약 4만개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1년 단위로 보증기관이 보증연장 여부를 심사하던 방식도 5~8년의 장기보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창업기업의 보증이용 부담도 일반보증(85%)보다 높은 90% 보증비율이 적용된다. 특히 창업1년내 기업은 100% 보증받을 수 있다. 만약 BBB등급 기업이 2억원을 대출 받는다면 기존의 경우 85%의 보증비율에 따라 1억7000만원을 보증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90%인 1억80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상환계획도 보증 시작단계에서 짠다. 예컨데 2~3년의 거치기간 이후에 매년 일정비율로 갚아나가도록 한 것이다.
또 2017년 적용되는 신(新)보증체계는 기업 성장단계별로 보증을 달리하기로 했다. 창업 5년 이내의 창업ㆍ성장초기 단계에서는 '창업보증'을, 창업 6~15년차에는 '성장보증'을, 성장보증이 일정기간 지난 성숙단계에서는 '포트폴리오 위탁보증'을 각각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성숙 단계에 들어간 기업에 대한 보증대출은 은행이 종합적으로 심사해 결정 제공하는 '위탁보증제도'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최근 당국이 추진중인 기업구주조정 작업과 관련 있다.
1976년 신용보증기금 설립 후 40년간 정책보증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장기간 보증에만 의존하는 ‘보증 기득권 기업’이 많아졌다. 실제 작년 기준으로 전체 보증 가운데 10년 이상 보증을 이용한 기업 비중은 25%, 업력 10년 이상 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은 50%나 됐다. 하지만 창업한 지 5년이안 되는 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은 24% 수준에 그쳤다.
기득권 기업에 보증이 집중되면서 한계기업들이 정책보증에 연명에 생명을 늘리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금융위는 이같은 상황이 보증재원 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한 것으로 보고 성숙기 이후 기업의 보증은 기업이 보증연장, 추가보증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증기관 대신 은행을 방문해 보증대출 여부를 심사받고 대출 받는 '신 위탁보증'제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앞으로 위탁보증 총량(보증기관 → 은행 설정) 내에서 기업을 심사한 후 보증을 제공할 기업과 보증비율(50~85%)을 선택하게 된다. 기술력이 좋고 리스크가 적은 우수 기업은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하므로 은행의 보증비율을 축소하고 장기로 보증을 이용했으나 성장이 정체되고 리스크가 높은 한계기업의 경우 은행에서 보증을 상환하는 식이다.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은 "신 보증체계 구축 방안은 보증이 도입된지 40년만에 기업의 눈높이에서 전면 개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창업·성장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로 ‘창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과 함께 장기보증 이용 합리화로 신규·창업보증 강화 등 선순환이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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