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시장 오는 2020년 16조원 전망…外 관광객도 1300만명 넘어설 듯
英 무디리포트, 국내 입법부의 지나친 규제에 황금알 깨질 수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김현정 기자]국내 면세 시장 규모가 오는 2020년 16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의 지나친 규제로 모든 황금알이 깨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달 중 발표되는 시내면세점 특허 만료에 따른 사업자 선정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세계적인 유통전문지인 영국의 무디리포트는 전문적이고 영향력 있는 강한 사업자가 라이센스(특허사업권)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호황 누리는 韓 면세시장…잘못되면 불모지 전락=한국투자증권은 한국 면세점 시장이 향후 6년간 연평균 11.9% 성장해 2020년 16조3000억원에 달하며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기간동안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연평균 14.5% 증가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시장은 2020년 1300만명을 넘어서며 우상향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내년 서울과 제주에 문을 여는 4개 신규 시내 면세점의 상권 창출이 시장 확대에 영향을 줄 것로 봤다. 최 연구원은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타임월드, SM면세점의 내년 매출액은 각각 7081억원, 3051억원, 2752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면세시장의 성장 전망과 달리 국내 입법부가 반재벌 정서에 치우쳐 규제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과연 면세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디리포트는 최근 발간한 10월호에서 한국 면세시장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 '잘못 되면 불모지', '모든 알처럼 깨질 수 있는 황금알'이라고 평가했다.
무디리포트의 마틴 무디 회장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부는 격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진행 중인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사업자 재선정과 관련, "과연 기존의 4개 사업자 중 하나라도 바뀌어서 생기는 이득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무디 회장은 1989년부터 매년 한국을 방문하는 등 관심을 쏟아온 면세분야 전문가다.
올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지역 3개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는 롯데, 신세계, SK, 두산 등 4개 기업이 참여했다. 특허 만료 면세점은 서울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과 롯데월드점(12월31일)이다.
그는 "최근 중국 관광객 급증으로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면세점은) 예측 불가능한 요인에 의해 얼마든지 깨질 수 있는 황금알"이라면서 "한국 사람들은 면세산업이 보물상자인 줄 알지만 실제로는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사업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불모지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롯데와 신라 같은 한국 대표 면세점은 스스로 고객 유치를 하기 위해 한류 마케팅을 적극 활용, 관광객 유치에 기여해온 점 등을 언급하며 "한국의 입법부는 반재벌 정서에 치우쳐 규제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데, 정부가 과연 면세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계 면세시장 1위 한국, 규제에 세계시장서 도태될 수도=한국이 세계 면세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부는 시장 개선책은 커녕 지나친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달 1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서초동 서울지방조달청에서 '면세점 시장구조개선 공청회'를 개최, 최낙균 선임연구위원의 주제발표 및 토론을 진행했다.
최낙균 연구위원은 발표를 통해 국내 면세시장의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개선하고, 낮은 특허수수료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일정 매출규모 이상 사업자 참여를 제한하거나 ▲시장점유율을 심사평가기준에 감점반영하는 등의 내용이 제시됐다.
특허수수료를 상향하는 방안으로는 ▲현행 사업자 선정방식(정성평가)를 유지하는 동시에 특허수수료를 최대 20배(0.05%→0.1%)까지 차등상향 ▲정성평가(70%)+특허수수료(입찰) 평가(30%) ▲특허수수료 경매방식 등이 나왔다.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위원(서울대 교수)는 "지금 면세시장은 시장 구조가 아니라 사업자 선정방식이 문제이며, 공정한 기회를 갖고 효율성의 정보를 스스로 가격을 통해 드러낼 수 있는 경매를 통한 선정이 답"이라며 제시된 '경매방식' 사업자 선정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장 개선책이 아닌 개악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걸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기획협력국장은 "논의되는 것들은 육성 및 개선안이 아니라 시장을 퇴보시키는 길"이라면서 "면세산업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역시 잇단 입법책을 내놓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면세점 특허수수료 인상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특허수수료 인상이 어떤 형태로든 일부 있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 발의안(면세점 매출액의 5% 징수)처럼 높은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면세점과 카지노는 모두 정부 라이선스를 부여받아야 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면세점은 카지노와 달리 수익성이 높지 않고 대규모 재고리스크를 져야 하는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말 신중하게 입안을 해야 면세점도 외국인들을 유치할 수 있다"면서 "과세정책인 만큼 일관성을 유지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