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 불법 ‘스포츠 토토’ 인터넷 개설 조직 ‘범죄단체’ 혐의로 최초 기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일확천금’, 짜릿한 유혹이다. 도박은 그 유혹을 토대로 생명력을 유지한다. 돈이 오가면 사람은 이성으로 제어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돈을 잃고, 더 과감한(아니 무모한) 배팅을 하기 마련이다.
초등학교 수영교사인 A(33)씨도 그렇게 삶이 망가졌다. 불법 ‘스포츠 토토’에 손을 댄 게 문제였다. 1년 동안 4000만원을 탕진했다. 대출까지 해서 도박을 했다. 본전은커녕 피해 액수는 점점 불어났다. 그렇게 그는 도박의 덫에 빠져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가정주부인 B(55·여)씨는 남편 몰래 3개월간 불법 ‘스포츠 토토’에 배팅을 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1000만원을 잃었다. 대출을 받아서 잃어버린 돈을 채웠지만, 그의 삶은 재정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의료소매업을 하던 C(46)씨는 8개월간 불법 ‘스포츠 토토’에 참여했다가 무려 6000만원을 잃었다. 가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현재는 실업 상태다.
'스포츠 토토'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체육진흥투표권(토토, 프로토)의 공식 발매 사이트는 베트맨(www.betman.co.kr)이다. 베트맨 이외의 사이트를 통한 투표권 발행은 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물론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도 사행심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배팅의 액수나 방법을 엄격히 통제한다는 점에서 불법 ‘스포츠 토토’와는 차이가 있다.
앞서 설명한 A, B, C씨 사례는 모두 불법 인터넷 스포츠 토토 사이트 피해 사례다.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는 더 자유로운 배팅이 허용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착각에 빠지게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게임의 룰’에 대한 공정성에 의심이 가기 때문이다. 최근 연이어 터지는 승부조작 사태가 대표적이다. 누군가는 결과를 알고(?) 배팅한다. 다수의 또 다른 이들은 결과를 모른 채 배팅한다. 누가 돈을 따고 누가 돈을 잃게 될 것인지는 자명하다.
어떤 경우건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 운영자들은 수수료를 통해 돈을 딴다. 그 액수는 상상 그 이상이다. 불법 스포츠 토토에 중독된 이들의 규모, 그들에게 덫을 놓아 돈을 긁어모으는 운영자들의 실태는 최근 대구지검 강력부 수사결과를 통해 그 일부가 드러났다.
단 하나의 업체,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도박에 참여했으며, 얼마나 많은 돈이 오갔는지가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중국에 본사와 지부를 뒀다. 하나의 기업형 조직으로 운영됐다. 지금까지 파악된 이 회사 조직원은 68명에 이른다. 본사에는 기술개발팀과 홍보팀도 있었다.
2012년 3월부터 지금까지 3년 남짓 해당 업체를 통해 불법 도박에 가담한 이들은 13만명에 이른다. 도박자금 액수는 4200억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이 금액 중 20~30%인 800억~1200억원을 해당 업체의 수익금으로 보고 있다.
그 돈이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자신은 돈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빗나간 믿음’에 사로잡힌 평범한 이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검찰 조사 결과 교사, 변호사 사무장, 자영업자, 가정주부, 학생 등 다양한 직업의 피해사례가 드러났다.
1개의 불법 스포츠 토토 업체를 단속한 결과 13만명이 그곳에서 도박을 했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국내 전체 규모로 환산할 경우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의미다. 물론 누군가는 돈을 딴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은 돈을 잃었고, 도박중독의 덫을 빠져나오지 못해 삶이 망가졌다.
검찰은 이 업체 관계자 32명을 입건해 6명을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들은 범죄단체 조직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 인터넷 도박개설 조직을 범죄단체로 의율한 최초의 사례”라면서 “그동안 단순 도박개장죄로 의율함에 따라 죄질에 비해 낮은 형량이 선고됐지만, 범죄단체로 처벌할 경우 높은 선고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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