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인생
[아시아경제]
읽는 인간
‘책을 읽으면 좋다’는 말을 수백 번도 더 해왔던 터라 <읽는 인간>이라는 제목만 가지고도 주제가 뻔한 이 책을 소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이 책을 필독해야 할 사람들이 분명해졌다. 이 책을 읽을 용도와 목표가 ‘노벨상’으로 간단히 압축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이다. 부제대로 이 책은 인생의 위대한 결과를 위한 조건으로서의 독서, 노벨문학상 수준의 작가가 평생 해왔던 독서방법론을 자세하게 전해주는 책이다. 그러므로 대가의 길을 걸으려는 정도가 아닌, 그저 책벌레 정도의 독서애호가가 이 책을 읽다가는 자칫 오에가 해왔던 독서방법론에 스스로 절망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오에 겐자부로는 9살 때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으며서 “그래, 난 지옥에 갈거야!”라는 헉의 다짐대로 자신도 평생을 그렇게 살기로 결심한다. 대학은 막연히 이과나 가야겠다고 생각 중이던 16살 고등학생으로 애드거 앨런 포우의 시에 푹 빠져있던 오에는 와타나베 가즈오가 쓴 <프랑스 르네상스의 단상>을 읽고는 ‘머리를 한 대 엊어 맞는 듯’ 와타나베가 교수로 있는 도쿄대학 불문학과로 방향을 확정한다. ‘책은 얼어붙은 영혼의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프란츠 카프카의 금언이 오에에게 임했던 것이다.
28살 결혼 직후 찾아온 장애 아들로 인한 오에의 절망을 함께 해준 사람은 예언시인 블레이크였다. 그의 책으로 버티고 구원을 받은 오에가 그걸 바탕으로 쓴 책이 <새로운 사람이여 눈을 떠라>였다. 쉰 살이 돼갈 무렵 오에는 살아온 길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마흔여덟 살부터 쉰 살이 될 때까지 ‘3년 동안 오로지’ 단테의 <신곡>에 매달렸다. 그리고 나서 쓴 소설이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였다. 그때까지 (장애 아들과 함께 살아 온) 자신의 일생을 검토하는 작품이었다. 그를 노벨문학상 작가로 만든 것은 다른 이들의 책이었던 것이다.
대중 가수 이적의 어머니이자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의 저자 박혜란 박사는 아이 셋을 모두 서울대에 보낸 것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녀의 비결 중 넘버원은 아이들의 자유롭고 방대한 책읽기였다. 그건 미국에서 자녀 잘 키웠기로 소문난,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사람으로 만든다>의 저자 전혜성 박사 역시 마찬가지다.
<읽는 인간>의 등장인물들만 봐도 영국, 프랑스의 대학에선 경제학도나 물리학도들이 <일리아드 오딧세이>같은 그리스로마 고전들을 제대로 읽고 있음이 역력하다. 우리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현실이다. <빈곤과 기근>, <불평등의 재검토>의 하버드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이 유럽과 인도의 고전을 바탕으로 오에와 편지를 주고 받는 대목이 그걸 입증한다.
그러므로 장차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의 포부를 가진 청소년부터 작가 초년생들은 물론 비슷한 성취를원하는 경제학도, 과학도라면 반드시 읽어보기 바란다. 차제에 자신의 작품이 노벨문학상 감이 충분한데 아직 연락을 받지 못해 불만인 작가라면 왜 그러한지 이유를 이 책에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오에 겐자부로 지음/정수윤 옮김/위즈덤하우스/1만4000원>
정동훈 인턴기자 hooney53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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