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영화 '사도'에서 왕위에 오른 정조(소지섭)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문근영) 앞에서 부채춤을 춘다. 용이 그려진 부채를 펄럭이며 자신의 집권을 알리고, 뒤주에 갇혀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원한을 푼다. 정조는 조선왕조에서 손에 꼽힐 만큼 악학에 조예가 깊었다. 직접 제례악의 악장을 짓거나 악서를 편찬했다. 회갑연은 당연히 단순한 잔치나 연회의 수준 이상이었다. 궁중 예술을 망라한 수준 높은 당대 문화의 결정체로 꾸며졌다.
그 성대한 연회가 오는 30일과 31일 이틀 간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 앞에서 재현된다. 혜경궁 홍씨를 위한 회갑연 '왕조의 꿈, 태평서곡'이다. 220년 전인 1795년 수원 화성에서 연행되었으나 주인공의 삶과 배경이 된 창경궁에서 첫 선을 보인다. 사도세자가 출생부터 슬픈 죽음을 마주하기까지의 배경이 된 곳이자 정조가 태어나고 혜경궁 홍씨가 승하한 장소다.
무대는 당시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수제천, 여민락 등 대표적인 궁중음악에 무고, 선유락 등의 화려한 궁중무용이 더해진다. 특히 뱃놀이를 기원으로 한 선유락은 상당한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한다. 우렁찬 대취타와 함께 무용수들이 대거 등장해 다양한 볼거리를 뽐낸다. 음악과 무용 외에도 진연에 올랐던 궁중음식과 평소 접하기 어려운 궁중 복식, 의물 등도 공개된다.
공연은 동시대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장치가 마련돼 보다 쉽게 전달된다. 무대 좌우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자막으로 공연 내용을 안내하고, 공연 초반 정조와 혜경궁 홍씨의 대사 등을 추가해 극적 느낌을 가미했다. 다수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선의 왕을 연기한 이민우가 정조,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박정자가 혜경궁 홍씨를 맡았다.
국립국악원은 향후 공연을 전통문화의 현대화를 위한 대표 콘텐츠로 내세울 방침이다. 중국 자금성을 배경으로 한 '투란도트', 일본 궁내청의 '가가쿠',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과 같이 전통 자원과 공연 예술을 결합한 고유의 문화 브랜드로 발전시킬 계획.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전통 예술 자원들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동시대 다양한 계층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삶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면서 "이번 공연을 계기로 전통 문화콘텐츠가 차세대 한류 확산에 앞장서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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