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천경자(90) 화백의 별세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생전 그가 진실을 밝히고 싶어 했던 '미인도 위작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1991년 4월 천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를 아트상품으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작품이 이상하다"라는 말을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이에 바로 작품을 검토한 천 화백은 머리에 흰 꽃과 어깨위의 나비를 그린 적이 없고, 한자로 작품년도 숫자를 표기하지 않았으며, 결정적으로 자기그림에 느껴지는 혼이 담겨있지 않다는 사유로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진짜 천 화백의 작품이 맞다"고 주장했고, 미술 전문가들 역시 과학적 증명 과정을 거쳐 '미인도'가 천 화백의 작품이 맞다고 판정했다. 이 과정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천 화백에게 고령의 나이로 자신의 작품마저 헷갈려한다는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한 천 화백은 "내가 낳지도 않은 자식을 남들이 맞다고 하면 어떡하냐"며 "붓 들기가 두렵다"라며 절필을 선언하고 그해 4월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 논란은 1999년 고서화 위조혐의로 구속된 권춘식씨가 "친구 요청에 따라 미인도를 위조했다"고 진술함으로써 다시 불거졌다.
그러나 권 씨의 주장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위조범과 국립현대미술관 중 어느 쪽을 믿느냐"며 "틀림없는 진품"이라고 주장했고, 경찰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태라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해 현재도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아있는 중이다.
한편 천 화백은 1991년 4월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큰딸 이씨 집에 머물러왔다.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후 거동을 하지 못하다가 지난 8월6일 타계했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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