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공동취재단ㆍ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남측의 남순옥(80) 할머니는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꿈에 그리던 북측의 언니 남철순(82) 할머니를 만났다. 대전이 고향인 이들은 한국전쟁 때 철순 할머니가 학교 간다고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아 이산가족이 됐다.
철순 할머니는 2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오찬 행사에서 "의용군에 잡혀가 혼자 북에서 살아왔다"고 털어놨다. 순옥 할머니는 "어제는 조금 어색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방에서 웃고 떠들고 더편하게 얘기했다"며 소감을 말했다.
하지만, 4남매 가운데 춘자ㆍ완효씨는 지난 1985년 브라질로 이민을 가는 바람에 이번 상봉행사에 참가하지 못했다. 순옥 할머니는 "다들 더 많이 같이 왔었어야 하는데, 갑자기 연락이 오고 여기가 너무 멀어서 못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철순 할머니는 "멀리 살고 있는 두 동생에게 내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고 동생에게 간곡하게 요청했다.
이에 순옥 할머니는 브라질에 있는 동생들에게 영상편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맏언니가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했다. 철순 할머니는 영상편지에서 동생들을 향해 "나는 잘살고 있고 통일이 되면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측 조카 양옥희(59) 씨를 만난 북측 삼촌 량만룡(83) 할아버지도 조카들한테 '가족끼리 친절하게 잘 살아라', '잘 왕래하면서 살아라' 등의 글을 적어 하나씩 전달하기도 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