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19일 부분개각은 애초 예상보다 타이밍이 빨랐다. 그럴만한 정치적 유인은 다층적이다.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문책 압박이 강해진 게 기본 바탕으로 보인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경질만 따로 떼 발표하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다. 어차피 '택일'만 남아있던 두 정치인 장관의 교체 발표로 KF-X 사업 잘못의 몸통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ㆍ한민구 국방부 장관에 대한 경질 압박을 무마하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 후 눈에 띄는 국정지지율 상승이 없는 것도 한몫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19일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전 주보다 1.2% 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청와대의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북핵문제에서 이렇다 할 '액션플랜'을 제시하지 못했다. 중국경사론을 해소하려다 미국으로부터 '확실한 선택'을 강요받는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도 주를 이루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가 보수층의 결집을 가져오는 효과는 있었지만, 반대 세력의 응집력도 높여주는 '제로섬' 게임으로 흐르고 있는 것도 박 대통령의 승부수를 재촉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개각 당일 발표한 내부 인사를 철회해야 했을 정도로 개각은 다급하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청와대 대변인 등 시급한 인사를 제쳐두고 '준비된 개각카드'를 서둘러 던진 데서도 박 대통령의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드러난다.
이번 개각이 각종 이슈들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우선 여당 내부에서도 KF-X 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한 가운데, 외교안보라인 흔들기가 잦아들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의 리더십 훼손은 불가피하다. 교과서 문제로 인한 야당의 입법 보이콧 역시 마찬가지다. 이달 말이나 내달 초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아베 신조 총리로부터 구체적인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당분간 지지율 반등 기회를 다시 얻기 힘들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19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간 회동을 제안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되는 행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측은 교과서 논의를 중심으로 하는 3자회담을 역제안했다. 이를 수용하느냐 거절하느냐는 박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내미는 손길에 담긴 다급함의 정도를 그대로 드러낼 전망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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