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정유 '공정위 과징금' 책임 놓고 소송…"서면작성 계약서, 문언대로 내용 인정해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인천정유 과징금 문제를 둘러싼 한화 상대 소송에서 승소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조희대)는 15일 현대오일뱅크가 한화케미칼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4월 한화 측으로부터 한화에너지 주식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너지는 이후 인천정유로 상호를 변경했다.
한화 측은 계약 체결일 당시 인천정유가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이와 관련해 행정기관 조사를 받고 있거나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는 내용의 진술과 보증을 했다.
또 보증 위반 사항이 발견돼 인천정유 또는 현대오일뱅크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한화 측이 50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하기로 약정했다.
인천정유는 다른 정유사들과 함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용유류 구매입찰에 참가하면서 낙찰예정업체, 가격 등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액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다.
현대오일뱅크는 인천정유가 주식양수도 계약 실행일 이전에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이 있음에도 사실이 없다고 진술 및 보증을 해서 보증조항을 위반했다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인천정유 과징금을 둘러싼 피해와 소송 비용 등에 대해 한화 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현대오일뱅크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화 측이 변호사 비용과 벌금 등 8억2000여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현대오일뱅크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현대오일뱅크가 한화에너지의 군납유류 담합 사실을 인수 합병 전에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계약 당시 이를 문제로 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대오일뱅크도 한화에너지와 함께 군납유류 담합에 참여했던 당사자라는 점에서 뒤늦게 책임을 묻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계약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원심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지금 뜨는 뉴스
대법원은 "원고가 위반사항을 계약체결 당시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들이 원고에게 그 위반사항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배상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상의 책임을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과 같은 일반원칙에 의해 제한하는 것은 자칫하면 사적 자치의 원칙이나 안정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