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명예회장, 여전히 논문·라디오 등으로 공부…박 회장, 경영일선에선 물러났지만 매일 본사 출근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아프리카 속담 중에 '노인 한 명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노인이 가지고 있는 경륜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알려주는 말이다. 이에 빗대보면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과시하며 왕성한 활동력으로 산업 현장을 이끄는 그룹 총수들은 중앙 도서관쯤 되겠다. 그들이 기업을 일구고, 번창시켜 오늘의 회사를 만든 과정은 후손들이 보고 배워야 할 산역사다.
◆식품업계 최고령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99)= 노익장을 과시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현역 오너 중 최고령인 정 명예회장이다.
식지 않는 열정과 건강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정 명예회장의 생활 속에는 나이를 뛰어넘는 장수 비법이 숨어있다.
정 명예회장은 1917년 생으로 올해 백수(白壽)를 맞이했다. 정 명예회장은 국내 최장수 경영자로 꼽히지만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건강관리를 바탕으로 아직도 정정하다.
현재도 정기적으로 중앙연구소 직원들을 자택으로 불러 건강식품 콩과 두유에 대한 최신 연구 트렌드와 자체 연구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또한 콩과 영양에 관한 최신 국내외 논문을 찾아 읽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EBS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하는 등 배움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있다.
정 명예회장이 이렇듯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날마다 하루 3팩씩 식전에 꾸준히 마시는 '베지밀' 두유덕분이다.
그가 베지밀을 규칙적으로 마시게 된 계기는 고혈압과 협심증으로 큰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다.
정 명예회장은 "베지밀을 꾸준히 마신 이후 고혈압과 협심증이 좋아졌다"며 "40대부터 앓았던 당뇨병도 인슐린 투약이 더 이상 필요 없을 정도로 호전됐고,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외에 정 명예회장이 건강관리를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은 식단이다. 정 명예회장 식단은 콩 및 기타 식물성 식품 위주로 구성되며, 이를 소식하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수퍼푸드(Super Foods) 로 알려진 콩, 토마토, 호두, 호박, 시금치, 브로콜리 등을 매 세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골고루 챙겨 먹어 식물성 음식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건강의 비결이다. 또 파프리카, 계란 등의 야채와 배, 사과, 한라봉 등 주로 제철 과일을 챙겨 먹는다.
채식과 소식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그는 직원들에게도 "식물성 음식을 꾸준히 먹으면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신체가 자생 능력을 발휘해 질병 고리가 끊긴다"며 식물성 위주의 식단을 강조한다. 정 명예회장의 오랜 주치의는 "정 명예회장은 동년배 분들보다 훨씬 건강이 양호한 상태"라며 "식물성 위주의 식단과 꾸준한 운동, 배움에 대한 열정,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 건강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최장수 브랜드 샘표의 박승복 회장(94)=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을 지낸 박 회장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등을 맡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꽤 됐지만 충무로 본사에 매일 출근하고 각종 모임에도 참여한다. 회사 인근 커피숍에서 마주치는 직원들에게 커피를 사주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박 회장의 건강 비법은 매일 하루 세 번 식후에 마시는 흑초다.
흑초는 현미로 만든 식초를 말한다. 발효를 거치며 현미의 영양성분이 고스란히 빠져 나와 식초가 검게 변하는데 까맣다 해서 흑초라고 한다.
박 회장은 1980년대에 한 일본 지인의 추천으로 흑초를 알게 됐다. 당시 위궤양으로 몹시 고생하던 박 회장은 석 달 동안 꾸준히 흑초를 마셨고 위궤양이 치유됐다. 그 후에도 별다른 운동이나 특별한 건강관리를 하진 않지만 매일 식후에 하루 세 번씩 흑초를 꾸준히 마시고 있다.
박 회장은 "건강을 위해 너도나도 친다는 골프는 1970년도에 그만뒀고, 최근에는 숨쉬기 운동만 한다"며 "집에선 된장국과 밥, 김치를 즐겨먹고 육식도 가리는 것 없다. 흑초를 꾸준히 마시는 게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흑초를 오래 마시니 가장 먼저 혈액순환이 잘되고, 온몸이 막힘없이 돌아가니 큰 탈이 나지 않는다"며 "피곤함도 덜하고 몸도 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흑초를 마시고 건강해지라고 권하는데, 한 두번 먹고 나서 효과가 없다고 안먹는다"며 "흑초가 한번 마시고 낫는 약도 아니고 제대로 된 효과를 보려면 하루 세번 식사하고 나서 꼭 챙겨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꾸준히 빼놓지 말고 먹어야 하는 게 포인트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백년동안' 출시와 관련해 "2006년인가 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조찬모임에서 투명경영을 주제로 강의를 했었는데, 아침이다 보니 사람들이 자꾸 졸았다"며 "그 때 나이가 85인가 그랬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더 팔팔했고 사람들이 건강 비결을 궁금해 하길래 강의 마지막쯤에 식초건강법을 얘기했더니, 거기 왔던 기자들이 죄다 식초이야기만 썼고, 그게 히트를 치면서 마시는 식초 음료인 백년동안을 출시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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