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정부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추진 방침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는 것은 내년 총선 승리는 물론, 미래의 표까지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 속에 현 세대들이 어떤 역사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미래의 표심이 좌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공천룰 등을 두고 분열됐던 여야의 내부결속을 강화시키고 있다. 특히 야당은 국정화를 계기로 급격히 가까워진 당청 관계에 위기감을 느끼고 이번 국정화가 친일ㆍ독재를 미화한다는 주장을 계속 이어가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청와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했다는 언론보도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는 방식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그 문제(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선 이제까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대통령께서 한국사 교과서 문제점에 우려를 표명해왔고 그것을 바로잡으라는 대책 마련을 지시한 적이 있다.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한목소리로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지적하면서 정부의 국정화 추진에 힘을 실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로 집필될 국민통합 교과서가 친일ㆍ독재를 미화할 것이라는 주장은 얼토당토않은 사실 호도"라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야권과 역사학계의 반발을 일축했다. 또 그는 "한국사 교과서가 정부 입맛에 좌우된다는 우려는 우리 국민역량과 민주의식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야당은 국정감사 자체평가까지 뒤로 미루고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에 대해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또 정부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여야정이 합의해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인사들과 관련 공청회를 이달 중 개최할 것을 주문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국감대책회의에서 "바꿔야 할 대상은 현실이지, 과거의 기억이 아니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청년세대의 현실 부정적 인식이 잘못된 역사교육에 원인이 있다는 황당무계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금지 입법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노령화에 따른 보수층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당은 기존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야당은 미래 유권자의 진보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포석을 깔고 격돌 중"이라고 분석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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