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7일(현지시간) 공개한 세계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신흥국 위기를 경고했다.
IMF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기 때문에 신흥국이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저금리 환경에서 신흥국 기업들이 과도하게 채무를 늘렸다는 것이다. IMF는 신흥국 기업들의 초과 채무가 3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어 이같은 과도한 채무가 대규모 자산 투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선진국으로까지 전염돼 미국·영국·일본·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 주식시장이 20% 하락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IMF는 보고서에서 "신흥시장이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미국 중앙은행)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조건이 거의 갖춰진 상황에서 신흥시장이 충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IMF는 특히 소비 주도 경제로 전환을 꾀하고 있는 중국이 매우 정교한(dedicate) 과업을 수행해야 할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부채는 많고 은행의 부실 대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 경제로의 전환은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는게 IMF의 진단이다.
다만 IMF는 최근 중국이 금융 시스템에서 시장의 역할을 키우고 있는 것은 중국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 가능성을 줄여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IMF는 선진국에 대해서도 높아진 공공·민간 부채를 지적하며 여전히 금융위기의 잔재들이 골치거리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이처럼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문제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하면 2017년까지 세계 총생산(GDP)이 2.4%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제대로 대응을 못해 부정적 상황이 전개될 경우 장기 국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주요 선진국 증시가 약 20%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은 22.7% 떨어지고 비(非)에너지 부문 원자재 가격은 11.8%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세 비냘스 IMF 통화·자본시장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전례 없는 '부채 열풍'은 석유와 광물자원 가격의 침체,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공산품 가격의 하락으로 종말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이같은 부정적 시나리오가 극단적인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충분히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IMF는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에서 충격이 발생하고 시스템의 취약성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 겹쳐지면 세계 자산시장의 붕괴와 유동성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부정적 상황이 전개되면 부도 기업, 특히 중국에서 기업 부도 비율이 크게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중국이 부채 위험을 줄이려면 서서히 정부의 역할을 줄여야만 한다며 기업 도산도 정부가 막으려 하지 말고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같은 세계 금융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서는 Fed가 기준금리 인상 계획에 대해 명확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고 IMF는 조언했다. 또 신흥국들은 기업들의 외환 시장 노출액 규모를 면밀히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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