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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K팝·항공사…타업종과 손잡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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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 직장인 이소희(29세)씨는 퇴근 시간이 오후 6시지만 은행 업무를 보는데 걱정이 없다. 신세계백화점에 생긴 SC은행의 점포 때문이다. 스마트뱅킹유닛(SBU)이라는 이 점포의 운영 시간은 백화점과 마트의 영업시간과 같다. 평일 오후 4시까지 영업하고 주말·공휴일에는 쉬는 기존 은행과는 다르다. 이 씨의 저녁 시간은 은행 업무 후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변했다.


이 씨의 사례는 다음 달 SC은행이 신세계 백화점에 점포를 열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SC은행은 백화점은 물론 이마트, 편의점 위드미 등 신세계그룹 유통 채널에 100개 이상 점포를 개설할 계획이다. 이 점포는 하루 12시간 이상 주말에도 쉬지 않고 영업한다. SC은행 관계자는 "초저금리 상황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통채널과 제휴를 맺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뿐만이 아니다. 온라인쇼핑몰, 항공사, K팝 등 은행들이 타업종과 콜라보레이션(협업)을 늘리고 있다. 기존 영업망으로는 고객을 더 이상 늘리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타 업종과 손을 잡은 것이다. 오는 3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계좌이동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신한은행은 온라인쇼핑몰 11번가와 협업해 활동성 고객(수신 평잔 30만원 이상 또는 대출금이 있는 고객)을 대거 유치했다. 11번가 고객을 대상으로 '11번가적금'을 내놨더니 새로 가입한 고객의 30%가 활동성 고객이 아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즉, 11번가와 협업을 통해 비활동성 고객을 활동성 고객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아시아나·하나투어와 업무제휴(MOU)를 맺었고, 이달 말 아시아나·하나투어 여행자 우대 적금도 출시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상품 약관 승인을 받고 있다. 연말에는 문화콘텐츠 관련 적금도 출시한다.


K팝도 은행이 눈독을 들인다. 우리은행은 연예기획사 YG 엔터테인먼트와 연계해 지난 2월 23일 '우리 YG 적금'을 출시했다. YG 운영 쇼핑몰에서 '우리 YG 체크카드'로 빅뱅 멤버들의 인형과 앨범을 구매할 경우 1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9월 말 기준 실적은 9513좌, 76억원에 달한다.


전통적인 은행 영업은 고객이 찾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된데다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수익 창출이 숙제로 떠올랐다. 은행들이 전혀 색다른 업종과 협업에 나서는 것은 그래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모바일이나 인터넷 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은행 영업점을 찾지 않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은행이 새로운 수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타 업종과 협업하는 것은 잠재 고객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저성장과 장기불황으로 사업모델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면서 "기존 영업점의 잉여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타업종과의 협업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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