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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의 體讀]'권력자 이미지 만들기'…미메시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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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모방과 '王의 얼굴 멋있게 그리기' 사이
王들의 스토리를 그려내는 예술·문학이 권력을 강화
요즘 언론들의 권력자 묘사, 아첨 섞인 미메시스는 아닌가


[최대열의 體讀]'권력자 이미지 만들기'…미메시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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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짐이 곧 국가'라는 말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루이 14세는 절대왕권의 상징으로 오늘날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그가 정말 그 말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역사학계에서는 보고 있지만, 다양한 문헌과 기록은 루이 14세를 왕권신수설을 신봉하고 70년 넘는 재위기간에 강력한 왕권을 휘두른 인물로 기록한다.


'태양왕' 루이 14세의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이나 원리를 고찰해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당시 그가 살았던 궁정에서는 드라마 작가를 비롯해 화가, 궁전과 정원을 설치하는 건축가 등 궐 내 일련의 예술가 집단은 왕의 권력을 구축하고 형상화하는 임무를 맡았다. 왕의 초상이나 왕이라는 상징적인 존재, 왕의 핵심을 다시금 보여주는 작업에 주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인위적으로 재현된 왕의 이미지는 실제 왕보다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 루이 14세 역시 새로운 왕의 이미지에 자신을 끼워맞추게 된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철학ㆍ인간학 등을 가르치는 군터 게바우어와 크리스토프 불프는 이러한 권력의 작동원리를 '미메시스'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이는 흔히 모방(模倣)ㆍ모사(模寫), 혹은 흉내내기와 같은 단어로 번역돼 문학이나 예술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돼 출간된 같은 이름의 책은 고대 그리스 이전 시대부터 현대사회까지 이어져 온 미메시스라는 개념에 대해 두 학자가 다각도로 접근해 20년 넘게 공을 들인 성과물이다.


미메시스(Mimesis)에 대해 딱 떨어지는 정의를 내리긴 쉽지 않다. 이 책을 옮긴 최성만 이화여대 교수(독어독문과)에 따르면 라틴어 'imitatio'로 번역돼 전래됐으며 동사형인 'mimesthai'는 '모방하기', '초상을 그리기' 정도의 뜻이다.


최 교수는 "어린아이의 놀이에서 모방적 요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면, 계통발생적으로 태초의 인간들에게 미메시스적 태도가 중요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며 "동식물의 의태(보호색, mimicry) 현상이나 몸짓ㆍ얼굴표정을 뜻하는 미믹(mimic art), 마임(mime)이라는 말도 미메시스와 어원적으로 근친관계"라고 설명했다.


[최대열의 體讀]'권력자 이미지 만들기'…미메시스의 비밀 미메시스 군터 게바우어·크리스토프 불프 지음 글항아리 1만6000원


고대 그리스 시절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미메시스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플라톤은 진리의 세계인 이데아와 그에 대한 미메시스인 현실 세계, 나아가 예술가나 시인이 현실을 모티브로 창조한 예술작품이나 문학을 또 다른 미메시스로 구분했다. 플라톤이 이러한 미메시스에 대해 같은 책(국가) 안에서도 다소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에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해석을 이어가면서도 차이점을 갖는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에 기대어 미메시스가 이미지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면서도 "그러고 나서 그는 이미지에서 시작해 생산된 작품 쪽으로 진행하는, 제작과정으로서의 미메시스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발전시킨다"고 설명한다. 어찌됐건 미메시스 자체가 가진 힘을 인정했다는 점은 같다.


다시 루이 14세 얘기로 돌아가면, 권력의 도구로서 활용된 미메시스를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역사가)는 일어난 사건들에서 일련의 중요한 국사들을 연출해내는데, 심지어 그 사건들이 아직 일어나는 와중에도 그런 작업을 한다. 그는 사건이 일어나는 세계를 제대로 읽어내고 그에 맞는 상징들로 포착하며 그 상징에 맞게 서사적 맥락을 구성할 줄 안다. 그가 엮은 이야기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남자로서의 왕의 이미지가 탄생한다." 수백년이 지난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권력 지형도를 설명할 때도 크게 고칠 부분이 없어 보인다.


저자들이 미메시스 개념에 머리를 맞댄 건 그들 연구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고전 '미메시스'가 문학적인 시선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군터 교수는 "(아우어바흐는) 사회적 미메시스에 대해서는 천착하지 않았다"면서 "그가 그러한 작업에 착수하려면 문학사적 연구를 버리고 사회학적 시각을 취했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20세기 후반 들어서 기존의 미학분야를 넘어 포스트모던 철학, 수행성이론, 뇌과학 등 다양한 분과학문에서 미메시스 개념을 끌어들이고 있는 데도 저자들의 공이 크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양상, 그리고 각 시대별ㆍ분야별로 미메시스에 대해 연구하면서 저자들이 결론을 내린 건 인류가 세계를 대하는 태도에 미메시스가 중심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간이 아닌 동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유의 특징이며, 이는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막연하게나마 추측돼 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들이 보기엔 미메시스가 "인간의 행동공간을 확장할 수도 있고 그 공간을 제한"할 수도 있으며 "자유와 자율에 기여할 수도 있고 결정론과 적응에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


테오도어 아도르노나 르네 지라르 등 근ㆍ현대 사상가들의 다양한 이론이나 개념이 체계적으로 설명돼 있지 않아 오롯이 책 한권만을 들고 독파하기에는 전문적인 수준의 연구자가 아니면 어려움이 따를듯하다. 번역을 맡은 최성만 교수는 문예이론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독일 사상가 발터 베냐민을 일찌감치 국내에 소개한 후 관련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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