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게일社 입찰조건 완화에 국내 조선사 눈독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의 인도발(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경쟁이 본격화됐다. 발주 규모는 크지 않지만 3사 모두 인도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참여를 꺼리게 만든 입찰 조건이 완화되면서 조선 3사 모두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인도 조선사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늘어 컨소시엄을 맺은 이들 조선사의 참여 여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도 국영가스회사 게일은 지난달 중순 LNG 운반선 9척에 대한 재입찰 공고를 냈다. 2017년부터 20년 간 미국산 LNG를 자국으로 운송할 해운사를 선정하는 입찰이다. 척당 2억 달러 규모다.
LNG선 입찰은 게일이 해운사를 선정하면, 그 해운사가 운반선을 건조할 조선사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해운사 입찰 참여 시 선박을 지을 조선사도 포함해 제출하기 때문에 사실상 입찰이 동시에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게일은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4차례에 걸쳐 입찰 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된 바 있다. LNG를 운발할 해운사와 해외 조선사가 감당하기에는 조건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게일은 LNG선 9척 중 3척을 인도 조선사가 건조하되 해외 조선사가 이에 대한 납기와 품질을 보장하도록 했다. 자국 조선사가 해외 조선사의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재입찰에는 이런 조건을 제외시켰다. 9척 중 3척을 인도 조선사가 건조하도록 한 조건은 유지됐으나 해외 조선사가 품질이나 납기를 보장하도록 한 조건은 따로 담지 않았다. 기술을 지원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방향으로 부담이 완화된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의 입찰에서 관심을 가져 온 국내 업체들의 낙찰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컨소시엄을 맺은 인도 조선사의 참여 여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게일은 해운사와 해외 조선사의 부담을 줄인 대신 인도 조선사의 책임을 강화했다. 인도 조선사의 1척당 지분 인수 규모를 당초 5%에서 13%로 늘린 것이다. 반면 해운사는 51%의 지분만 출자해도 입찰 참여가 가능하도록 해 부담을 줄였다.
인도 조선사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이들의 참여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현대중공업과 컨소시엄을 맺은 L&T 조선사의 경우 지분 참여에 대한 부담이 커 불참을 결정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보유 지분을 늘린 대신 납기 시점을 당초 2019년에서 2022년과 2023년으로 연장하는 당근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조선 3사와 자국 조선사 컨소시엄이 3척씩 나눠가지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인도 조선사는 국내 조선사의 기술을 모두 전수받아 이득이지만 국내 조선사 입장에서는 기술만 넘겨주고 큰 돈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 진출에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여러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컨소시엄을 맺은 인도 조선사와 참여 여부를 조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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