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중국산 제품을 세계 시장에 홍보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인기 드라마에 등장하는 제품처럼 일종의 '간접광고(PPL)' 효과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시애틀 웨스틴호텔에서 진행된 미중무역전국위원회 환영만찬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폰 사진이 화제다. 사진 속에는 시 주석의 이름이 적힌 초청장 앞에 ZTE(中興) 브랜드 스마트폰 액슨(Axon)이 로고가 정면으로 보이게끔 엎어져 놓여 있다.
이 웨이보 계정의 팔로워는 300만명 가량으로 중국 언론들도 앞 다퉈 관련 사진을 이슈로 다루며 "중국산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 문이 열렸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보도에서 "시 주석을 수행한 경제사절단도 이날 환영만찬에서 자랑스럽게 ZTE 스마트폰을 꺼내드는 모습이 포착됐다"면서 "시 주석의 방미가 애국 마케팅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고 평했다.
SCMP는 중국 정부가 시 주석의 방미를 계기로 값싼 복제 전자제품이나 생산한다는 중국의 이미지가 애플이나 삼성과 견줄 수 있는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첨단 기술 발전 국가로 변모했음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ZTE는 현재 미국에서 7.7%의 점유율로 4위를 기록하며 삼성, LG를 바짝 따라붙고 있는 기업이다. 수년 전 블랙베리 기술진을 대거 영입해 스마트폰 기술 경쟁력을 급속도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 주석의 지난해 3월 독일 방문 때에도 중국산 스마트폰이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AP 등 서방 언론들은 시 주석과 마르틴 빈테르코른 폭스바겐 CEO사이에 앉아 독일과 중국 청소년대표 간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펑 여사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배포했다. 사진 속에는 펑 여사가 중국 누비아의 흰색 '누비아Z5' 스마트폰을 들고 축구 경기를 촬영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펑 여사는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빼어난 패션 감각으로 또 한 번 중국산 의류에 대한 호평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3일자 '펑리위안의 스타일: 네이비와 화이트로 우아함 강조' 기사에서 시애틀 에버렛페인필드공항에 착륙한 전용기에 내릴 때 입고 있던 스타일에 주목했다.
신문은 펑 여사가 선택한 옷에 대한 브랜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펑 여사는 공식석상에서 중국산 브랜드 옷을 입고 자국 브랜드를 지원하기로 유명하다. 차이나데일리는 "펑 여사가 남색과 흰색이 깔끔하게 조화된 의상으로 우아함을 돋보이게 했으며 이는 중국의 새롭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효과를 냈다"고 호평했다. SCMP 역시 "펑 여사가 이번 방미 기간 중국 문화와 디자인을 구현하고 옹호하는 등 패션을 '무언의 외교 표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평했다.
중국산 의류 브랜드 '익셉션'은 펑 여사가 2013년 러시아 방문 때 착용한 재킷과 핸드백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대했으며 중국의 대표 의류 브랜드 1위 자리도 단숨에 꿰찼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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