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100여일을 달려온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23일 종착역에 도달한다. 지난 4·29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활동을 개시한 혁신위는 신선한 아이디어 도입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소통 부족으로 당 분란을 고조시켰다는 지적도 함께 받고 있다.
지난 6월10일 출범한 혁신위는 이날 공개하는 '인적쇄신' 안까지 합쳐 총 11개의 혁신안을 공개했다. 지도체제 개편부터 현역의원 하위 20% 공천 배제에 이르기까지 혁신의 칼날을 겨눴다.
출범 때부터 실천을 강조한 혁신위는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통해 혁신안 대부분을 당헌과 당규에 반영했다. 혁신위가 단순히 제안에 그치지 않고 이처럼 제도 혁신과 실천을 동시에 완성했단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지난 20일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라며 "혁신안을 반영한 당헌당규로 일단 제도적 틀은 크게 바뀌었다"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다수의 의원이 예민한 공천 제도에 대해 강력한 혁신의 칼질을 행한 것은 높게 평가된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종전에 어떤 정당도 평가와 관련해서 이렇게 과학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한 적은 없다"고 자평했다. 야당의 한 고위관계자 또한 "총선을 7개월 이상 앞두고 공천 등에 대한 규정을 정리한 적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며 "혁신위의 성과는 이제 선거국면에 다가갈수록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혁신위의 공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 미비는 혁신위가 풀지 못한 미완의 과제다. 혁신위의 활동 기한이 종료되더라도 당 차원에서 꾸준히 해결해 나가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안철수 전 대표도 지난 2일 "국민이 변하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지금까지 당의 혁신은 실패한 것"이라며 "혁신위를 통해 당은 변화를 보여줬어야만 했는데 혁신안에 대해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당내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계파갈등이 여전하다는 점도 혁신위가 풀지 못한 숙제다. 혁신안이 공개될 때 마다 주류, 비주류, 친노, 비노 등으로 나뉘며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계파갈등을 해소하겠다"는 혁신위의 출범 일성이 무색해지는 이유다. 박주선, 천정배, 박준영 등의 신당창당이나 탈당이 이어 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혁신위가 야권을 한 곳으로 모아주는 구심력을 제대로 발휘했는가에 관한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분명한 공·과에도 새정치연합 혁신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긴 이르다. 지금까지 제시한 혁신안이 제도 측면이라면 이를 바탕으로 새정치연합이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년 4월 총선에서 야권이 받게 되는 성적표가 혁신위의 성공여부를 가를 기준선이 될 전망이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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