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가 호주·뉴질랜드·캐나다·노르웨이를 네덜란드병의 희생양이 된 국가로 지목했다. 이들 4개국 중 호주와 뉴질랜드에는 통화 평가절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네덜란드병이란 네덜란드가 1950년대 북해 유전을 발견한 후 되레 경기 침체에 빠진 현상을 뜻한다. 유전 발견 후 네덜란드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이 어려워진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경기가 부진에 빠졌던 것이다.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일 때 자원 부국에서는 노동과 자본이 제조업에서 생산성과 임금이 높은 원자재 관련 사업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때 거꾸로 원자재 부문으로 옮겨갔던 노동과 자본이 제조업으로 재투자되는 것은 더 어렵고 이 때문에 비(非)원자재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통화 가치 평가절하가 필요해진다.
바클레이스는 호주·뉴질랜드·캐나다·노르웨이의 경제는 원자재 의존도가 높고 따라서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끝난 현재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한 것이다.
바클레이스는 이들 국가의 경우 원자재 수요가 둔화되는 환경에서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경제가 균형을 찾아가겠지만 극단적인 상황의 경우 비(非)원자재 수출 부문을 확장하기 위해 인위적인 통화 평가절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스는 네덜란드병의 영향을 받는 국가 중 어떤 국가가 충격을 줄이고 비원자재 부문을 빠르게 강화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캐나다 제조업은 통화 강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 뉴질랜드, 호주, 노르웨이 순이다.
하지만 통화 가치 평가절하가 필요한 국가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될 것으로 바클레이스는 지목했다.
노르웨이의 경우 그동안 원유 가격 상승으로 얻은 수익을 통해 마련한 국부펀드 즉, 노르웨이정부연기금(GPFG) 덕분에 노르웨이가 네덜란드병의 화를 면할 수 있으리라고 바클레이스는 분석했다. GPFG를 통해 다양한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어 크로네 평가절하의 필요성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경우 낮은 부채 비율과 유연한 고용시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