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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특위는 어떻게 1년 만에 좌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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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특위는 어떻게 1년 만에 좌절했나? 반민특위에 체포된 친일파의 재판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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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은 67년 전인 1948년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반민족행위처벌법(이하 반민법)이 공포된 날이다. 또 정확히 1년 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 폐지법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이기도 하다. 반민특위는 그동안 어떤 일을 했으며 어떻게 1년 만에 좌절하게 됐을까.

광복을 맞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민법은 적지 않은 난관을 거쳤다. 친일파를 처벌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그들이 공직에 진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외침은 경제와 안정을 강조하는 반대 목소리에 부딪혔다. 친일파를 처단하면 공산당이 활개를 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도 시기상조론과 훈련된 인재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친일파를 비호했다.


어렵사리 반민법이 통과됐고 반민특위가 활동을 시작했지만 정부는 반민법 반대 집회를 후원했고 이승만 대통령은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담화를 발표하는 등 특위 활동을 공공연히 방해했다. 이승만의 담화는 반민특위가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되며 경찰을 동요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친일파 출신의 고위경찰들이 백민태라는 테러리스트를 고용해 반민특위를 지원하는 소장파 의원을 살해하려고 한 사건도 있었다. 이 음모는 백민태의 자수로 세상에 드러났다.

반민특위는 이런 가운데 화신재벌 총수인 박흥식을 시작으로 숱한 독립투사를 고문하며 친일경찰로 악명을 떨치던 노덕술 등을 체포했다. 노덕술이 체포되자 이승만 대통령은 특위위원들을 불러 그를 석방하라고 강요했지만 위원들이 거부했다고 한다. 반민특위의 활동으로 궁지에 몰린 친일경찰은 당시 윤기병 중부경찰서장 등이 중심이 돼 1949년 6월 6일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고 직원들을 체포해 무장해제 시켰다. 이 습격은 사실상 이승만의 재가 아래 내무부 차관 장경근이 주도했다고 한다. 이에 김상덕 위원장 등이 반발하며 사표를 제출해 반민특위의 활동은 사실상 마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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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친일파 처벌에 적극적이었던 의원들이 국회프락치사건으로 공산당으로 몰려 체포됐고 일부 의원들은 반민법의 공소시효를 1949년 8월로 단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9월 반민특위 폐지안이 가결됐고 반민법은 1951년 폐지돼 친일파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사라지게 됐다. 그동안 반민특위는 총 682건을 취급해 이 중 221건을 기소했고 40건의 재판부 판결이라는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체형은 고작 14명이었고 실제 사형 집행은 한 명도 없었다. 체형을 받은 사람들도 곧바로 풀려났다.

반민특위 활동을 가로막은 것은 반공의 논리였다. 반민특위에 체포돼 재판장에 섰던 친일파들은 빨갱이들을 잡기 위한 활동을 했을 뿐이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반민특위는 신생 국가의 안정을 위해서는 경찰 조직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 친일파 청산이 사회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얘기까지 들어야 했다. 경제를 들먹이며 반대론을 펴는 이들도 있었다.


어쩌면 한국 사회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번번이 경제와 안정, 반공의 논리에 주저앉은 것은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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