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국민에게 세금을 거둬 갚아야 할 나랏빚이 내년말 370조원에 달하고 2017년엔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선다.
정부와 공공기관, 가계가 진 부채를 합치면 2300조원에 육박하는 등 나라 곳간 사정이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한국의 국가채무 전망치 645조2000억원 가운데 적자성 채무는 373조1000억원일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전망치인 333조원보다 12.0% 많다.
2005년 말 100조원을 넘어선 적자성 채무는 10년 만인 올해 말 300조원을 돌파하고, 2년 후인 2017년 말엔 400조원대로 뛰게 된다. 적자성 채무는 2017년부터 3년간 각각 410조원, 442조원, 469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을 뜻하는 국가채무는 적자성 채무와 외환시장 안정, 서민 주거안정 등을 위해 진 금융성 채무로 나뉜다.
외화자산 매입(외국환평형기금), 융자금(국민주택기금)으로 사용돼 채권을 회수하면 되는 금융성 채무는 상환을 위해 별도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없지만 적자성 채무는 순전히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비율은 지난해 53.7%에서 올해 55.9%, 내년 57.8%, 2017년 59.2%로 계속해서 올라가다가 2018년엔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2013년(51.8%) 처음으로 50%대를 넘어선 이후 5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지는 것이다.
적자성 채무가 늘어난 이유는 부진한 경기를 살리려고 정부가 지출을 확대했는데 기대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세수 부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쓸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이 부족해 빚이 늘어난 셈이다.
적자성 채무 확대는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줘 정부는 물론 공기업, 민간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빚 부담 때문에 정부가 재정정책을 펼 때 운신의 폭이 좁아질 여지도 있다.
문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공공·가계부문 부채도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말 국가채무가 595조1000억원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천130조5000억원 쌓였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공공기관 부채가 520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말 정부·공공·가계부채는 2300조원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서는 등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자 정부도 '브레이크'를 걸었다.
확장적 재정지출을 떠받치려고 매년 세수의 기반이 되는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을 부풀려 전망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정부는 내년 예산을 짜면서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6%대에서 4.2%로 대폭 낮춰 잡았다.
기재부는 국회에 제출한 '2015∼2019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서 "우리나라는 외부 충격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특성과 저출산ㆍ고령화, 통일 비용, 공기업부채 등 중장기 재정 위험을 고려할 때 국가채무를 안정적 수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돈 쓸 일(의무지출)을 계획할 때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마련하도록 하는 '페이고(pay-go)' 제도 법제화를 추진하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강력한 재정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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