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전북 현대서 마이크
큰 목청 덕에 태극전사 경기도 진행
[아시아경제 정동훈 인턴기자] 프로축구 전북 현대에는 이동국(35), 이재성(23)말고 국가대표가 한 명 더 있다. 장내 아나운서 이정표 씨(35)다. 그는 2011년부터 국가대표 경기의 장내 아나운서도 맡고 있다.
전북은 K리그 클래식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중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2009년 이동국, 에닝요(34) 등을 영입한 이후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강팀으로 거듭났다. 서포터즈와 전주의 응원열기도 동반 상승했다. 전북은 8일 현재 K리그에서 총 관중수(21만7944명) 1위, 평균 관중수(1만5567명, 1위 서울은 1만7092명)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정표 씨는 전북의 상승곡선을 함께 그린 사람이다. 그는 2008년부터 8년째 '전주성의 목소리' 역할을 한다.
이정표 씨의 무기는 '목청'. 그가 선수소개를 하면 '전주성'이 들썩거린다. 그는 큰 목청으로 응원단을 일으켜 세운다. 전북이 골을 터뜨리면 서포터즈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오~ 오~ 렐레"를 함께 외치는 응원을 한다. 전북 응원의 백미다. 이 씨는 "전북에 온 뒤 '우리만의 응원 색깔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북 서포터즈 MGB와 자주 대화하고 함께 응원문화를 만들어왔다"고 했다.
전북에 처음 합류했을 땐 고용 불안을 느끼기도 했다. 첫 경기는 자신이 보기에도 어설펐다. 구단 측은 "아직 너로 확정된 거 아니다. 두, 세 경기를 지켜 보겠다"고 했다. 축구가 좋아 시작한 아나운서 일. 이정표 씨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전주월드컵 경기장에 경기가 없는 날엔 전국의 축구장을 돌아다녔다.
목청 덕분에 '국가대표' 장내 아나운서도 됐다. 2011년 6월 7일 축구 국가대표팀이 전주월드컵 경기장에서 가나와 평가전을 했다. 이정표 씨는 축구협회로부터 '1일 아나운서'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경기장에 4만1271명이 모였고 지동원(24ㆍ아우크스부르크)이 후반 막판 역전골까지 넣었다. 이 씨는 "많은 관중 앞에서 마음껏 내질렀다. 정말 시원한 경기였다"라고 했다. 이틀 뒤 축구협회에서 "국가대표 경기 아나운서를 맡아달라"는 전화가 왔다. 전북 출신 '국대'가 됐다.
이정표는 이비인후과 의사로부터 "판소리하는 분이냐"는 질문도 받았다. 목을 워낙 많이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경기장 내에서 '축구팬들을 대신하는 입'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정동훈 인턴기자 hooney53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