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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핫피플]하루에 10시간씩 생선 손질…거친 뱃사람과 '맞짱'뜬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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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현이 이마트 최초 여성 수산물 바이어

[유통 핫피플]하루에 10시간씩 생선 손질…거친 뱃사람과 '맞짱'뜬 그녀 엄현이 이마트 수산물 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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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모든 생선 손질은 기본에만 충실하면 돼요. 머리, 꼬리 자르고 내장 바르고 뼈 꺼내고."

소위 '3장 뜨기'법이란다. 생선 손질부터 뼈까지 발라내는데 10분도 안 걸린다며 천연덕스럽게 웃는 그는 올해 서른살, 입사 6년차 엄현이 수산물 바이어다. 생선이라면 냉동이든, 활어든 전혀 못 만지는 기자는 아직 앳된 아가씨인 그의 얘기에 입이 떡 벌어졌다.


대형마트 신선식품 바이어는 일이 고되기로 소문난 분야다. 시시각각 변하는 산지 상황을 챙기는 것은 물론, 무거운 것도 번쩍 드는 강인한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산물 바이어는 거친 뱃사람들과 가격을 놓고 '맞짱'을 뜰 수 있는 '깡'이라는 덕목까지 추가해야 해 여성에게 힘들 수밖에 없다.

엄 바이어는 이 과정을 모두 견딘 이마트 최초의 여성 수산물 바이어다. 1년 600억원 규모 매출을 컨트롤한다. 그러나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기까지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입사해서 1년 내내 생선 뼈 발라내는 것만 연습했어요. 하루에 10시간씩 칼질을 하니까 머리에 비린내가 배더라구요. 지하철을 탈수 없어서 한 달만에 점포 근처로 이사했습니다."


특히 힘들었던 건 산지에서 겪은 냉대였다. 평균 연령 50~60대, 산전수전 다 겪은 뱃사람들이 모인 경매장에서 젊은 여성은 낯선 이방인에 불과했다.


"처음엔 경매장에서 쫓겨났어요. 어려보이니까 말도 막해서 상처 많이 받았죠. 그래서 친해지는데 집중했습니다." 당장 복장부터 바꿨다. 구두나 운동화 대신 방수 장화를 챙겼다. 경매 시작 전 일찍 도착해 커피와 함께 수다떠는 것도 잊지 않았다.


꾸준히 지식도 쌓았다. 수산물은 시즌과 어황에 따라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200개 관리품목을 일일이 살피고 물량확보 계획을 짜야 한다.


올해 그가 관자살을 태국산으로 교체하며 업계 생태계를 변화시킨 것도 이 같은 노력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키조개 관자살이 유명하다. 전남 여수와 경남 마산이 주 산지인데 양식이 불가능해 남자 잠수부(머구리)가 바다로 나가 채취해야 한다. 조업은 한 달에 2번만 가능하다. 고가이지만 그나마도 일본에서 다 수입해가서 국내 물량 조달이 어렵다. 이에 그는 태국을 대체산지로 찾았다. 끊임없는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태국산 관자살은 우리나라의 반값인데 더 부드러워요. 작년에 냉동으로 들여와서 테스트해봤더니 반응이 좋아서 올해는 항공직송으로 생물 관자살까지 팔았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해 시범판매 때는 점포 한 곳당 하루 100만~150만원 어치를 팔았고 올해는 현재까지 30억원 매출을 냈다. 국민생선인 고등어가 점포 한 곳당 많아야 일일 10만원 매출인 것을 감안하면 큰 성공이다. 이에 다른 대형마트들도 하나 둘씩 태국 관자살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한국 수입량이 너무 커져 태국에서는 금어기까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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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쓰니까 우리나라 소비성향이 달라지고, 태국 산지까지 흔들린다는 것에 큰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의 얼굴에 자부심과 자신감이 내비쳤다. 바이어로서 성공하기 위한 덕목을 물었다. "자신감과 체력이 중요합니다. 여자들은 쇼핑을 하고 트렌드에 민감해 남성보다 유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장점을 어필하면 섬세한 바잉을 할 수 있죠."


앞으로는 수산물 외에 신선식품 중에서도 매출이 큰 과일을 맡아보고 싶다고 했다. 수산물과 달리 과일은 산지가 넓고 원물수집도 많이 해야 해 또다른 경험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뜻도 내비쳤다. "부모님이 순천에 계시는데 10년 후에 점장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점장의 위치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또 달라지겠죠. 재미있을 것 같아요."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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