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정부가 2일 내놓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을 두고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미 나왔던 대책을 나열한 '백화점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그동안 주택정책에서 소외됐던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저소득 독거노인·대학생 등 주거 취약계층 지원 강화와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공급량 확대,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등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취약계층 주거안정 도모'라는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새롭거나 파급력 있는 대책이 없다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어설픈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비사업 동의요건 완화는 국토부의 1월 업무계획과 5월 주택종합계획에 포함됐던 것이고, 집주인 리모델링도 주거급여를 통해 이미 지원하고 있다"며 "기존 것에 더하고, 틀어서 나온 것들로 새롭거나 파괴력이 있다고 보기에는 얼개가 어설프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합적인 방향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심 교수는 "전체적인 큰 틀에서 로드맵을 보여주고 나서 이런 것들이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줘야한다"며 "너무 파편적인 몇개를 붙여서 종합대책이라고 한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국민들의 주거안정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봤다.
이번 대책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전문가도 있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더 이상 옛날처럼 규제를 완화하는 굵직굵직한 대책이 나올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며 "좀 더 세부적인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부분을 의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공공임대주택을 더 이상 정부 재정을 들여서 다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고, 민간 주택을 활용해야한다는 것도 공감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아파트 중심의 주택 대책에서 비아파트인 단독 자가 주택을 대상으로 뭔가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례로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를 꼽았다. 이 사업은 집주인이 노후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위탁하거나 직접 소규모 다가구 주택으로 개량한 후 LH에 임대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집주인이 직접 개량시 주택도시기금으로부터 1.5%에 가구당 최대 2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독거노인과 대학생 등 저소득 1인가구를 입주자로 우선 선정하고, 임대료는 시세의 50∼80%, 임대기간은 집주인 선택에 따라 최소 8년에서 최장 20년으로 정해진다.
김 연구위원은 "임대료와 임대기간, 입주자 제한을 두는 등 공공주택에 준하는 규제가 들어가는 셈이기 때문에 임대수익을 시장 대비 어느 정도로 보장할 수 있는지를 담아야 한다"며 "이런 것이 매치가 되면 굉장히 좋은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노후 단독주택의 경우 불법건축물이 많아 리모델링을 하려면 합법화해야되는데 이 경우 가구수가 줄어들 수 있어 집주인이 꺼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이미 수요가 충분한 지역의 경우 리모델링 공사 기간 동안 세를 못 받게 되는데 이를 감내할 집주인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대책에 정비사업 동의요건 완화 등 규제 완화 방안이 담긴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김윤희 KEB하나은행 투자상품서비스부 과장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사업 지연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라며 "다만 올해 이미 규제가 많이 풀려 지금처럼 재건축이 머뭇거릴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지금 서울 전세가격 불안이 정비사업 이주에 따른 여파영향도 있어 서울시의 경우 이주시기를 조정하는 카드를 쓸까말까 고민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정비사업의 투명성이나 사업성을 높이는 것이 서민의 주거 안정과 얼마나 밀집한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 연구위원은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 이주시기가 몇개월 앞당겨 질수 있겠지만 이주수요는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동의요건을 완화한다고 곧바로 이주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고 봤다.
또 그는 기반시설 기부채납을 현금납부 방식 대체 허용과 CEO조합장(전문 조합관리인) 등의 대책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김 연구위원은 "요건을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도로나 공원녹지를 만들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를 현금으로 하면 이런 불합리를 없앨 수 있다"며 "CEO조합장의 경우 작은 부분이지만 조합을 전문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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