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정부에서 돈 대주고, 수익 보장해준다면야 마다할 이유가 있겠어요. 이 동네 집들 40년은 족히 됐어요. 꼼꼼히 알아봐야 겠네요."
국토교통부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 내놓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을 발표한 2일. 노후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이 밀집한 국민대학교 주변 서울 성북구 정릉3동에서 만난 이강의(65)씨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오히려 취재 온 기자를 붙잡고 이것저것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전·월세 대책'이라고 내놓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이 발표된 게 이날 오후 2시고, 이씨는 비슷한 시간 설명을 들었다.
국토부는 이날 정부 자금을 저리로 지원받아 노후 단독주택을 개별적으로 재건축, 1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는 뉴스테이 공급량 확대, 행복주택ㆍ행복기숙사 공급 활성화, 공공실버주택 공급 등 여러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대부분 이미 발표한 것에 한두가지를 덧붙인 것이다.
재건축 규제를 풀고 투명성을 키워 사업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도심내 주거환경 개선과 주택공급 촉진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당장 전·월세난을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은 아니다. 오히려 이주수요를 부추겨 전·월세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책은 전월세난에 대한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나마 눈에 띄는 건 국토부가 처음 내놓은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 시범사업'이다. 이 사업은 집주인이 노후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을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조건으로 개량할 때 주택도시기금으로 건축비를 2억원까지 저리(연 1.5%)로 대출해주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관리를 위탁해준다.
국토부에서는 '리모델링'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 리모델링으로는 가구수를 늘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건축'이라는 표현이 맞다.
건축 과정 자체도 LH에 위탁하는 것이 가능해 집주인은 기존 단독주택을 허물고, 신축한 건물을 8~20년간 시세의 50~80% 수준의 임대료를 받고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결심과 약속만 하면 되는 셈이다.
이씨는 "오래된 단독주택을 허물고, 새 집을 올려 공실 위험없이 평생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생각해 볼만하다"며 "나 말고도 이 동네에서 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웃에 사는 강선향(50)씨는 "뉴타운이나 재개발이 곤란한 바에야 괜찮은 방법 같다"면서 "땅 면적이나 용도에 따라 수익이 달라져 충분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내년 시범사업을 통해 전국에서 단독주택 150채 정도를 다가구 주택으로 신축해 임대주택을 1000가구 안팎 늘릴 계획이다. 늘어난 물량을 독거노인이나 대학생 등 저소득 1인가구용으로 활용하면 임대주택 확보는 물론 주거환경 개선과 안정적 임대수익 제공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건축 기간도 6개월 이내로 짧다.
국토부의 계산대로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사업이 안돼도 문제지만 노후지역에 이 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가구수가 크게 늘어나는 반면 가뜩이나 부족한 기반시설부족 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곳은 임대료가 높아 굳이 고수익을 포기하고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이유가 없다. 이른바 틈새에서만 가능한 사업인 것이다. LH 입장에서는 재정면에서는 공실 리스크를 떠안아야하고, 위탁관리가 늘면 업무부담도 가중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유인책에 비해 임대조건이 가혹하고, 사회취약계층을 임차인으로 선호하지 않는 세태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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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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