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달 말 이후 미국과 중국 이슈에 휘둘리며 폭락장이 연출됐던 국내 및 글로벌 증시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도 변동성이 점차 줄어들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국내증시도 중국증시 여파에 1900선을 잠시 재이탈하기도 했지만 1910선에서 변동성을 점차 줄여나가는 모습이다.
좀처럼 시장 모멘텀을 찾기 힘든 방향성 탐색구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경계감도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주식시장의 반등세도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수급상황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시장의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겠지만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이후 하반기 실적기대감이 점차 긍정적인 시각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증시의 펀더멘탈과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만 진정되면 얼마든지 다시 반등을 모색할 수 있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윤정선 현대증권 연구원= 8월 말은 투자자들에게 분명 잔인한 시기였다. 미국 금리인상이란 글로벌 금융시장 최대 이슈와 함께 중국발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상품가격 하락, 중국증시 폭락에 따른 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 등 대외악재가 겹치는 속에서 북한리스크까지 발생하며 최악의 리스크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빠른 속도의 반등세가 나타났고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의 변동성도 완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과 중국 경제 하강압력이라는 G2 불안감에 투자심리는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악의 변동성이 지나갔음에도 모멘텀이 부재한 시장 상황에서 막상 투자자들은 종목선택이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좀더 냉정하게 시장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0배 수준으로 지난 2010년 이후 평균 9.3배 대비 소폭 할증된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8월말에 1배를 하회한 뒤 다시금 1배 선에서 등락을 거듭 중이다. 밸류에이션이 크게 내려간 상황이지만 외국인의 자금이탈은 심화되고 있다.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과 개인들이 수급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그러나 기업 실적이 생각보다 양호하다. 현재 2015년 예상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11%, 29% 성장을 기대 중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3분기 실적이 연중 최고를 보이고 전망치가 낙관적인 수치임을 감안해도 전년대비 이익성장은 예견된 상황이다.
코스피 종목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4%, 전분기대비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영업이익 역시 30%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게다가 아직 하반기 이익추정치 하향폭도 크지 않아 실적기대감은 유효하다. 시장의 펀더멘탈, 밸류에이션이 양호한만큼 외국인 매도세만 진정되면 반등세는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 지난주 글로벌 주식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유출이 있었다.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글로벌 주식펀드에서 294억달러가 유출됐는데 이는 2009년 이후 최대 주간 유출규모다.
같은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한국은 신흥국 펀드내 비중이 10% 수준이기 때문에 신흥국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시기에 외국인 매도는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외국인 매도도 9월 중순까지는 잠잠해질 전망이다. 신흥국 통화가 하단에 근접하며 기술적 반등이 가능한 상황이고 글로벌 주식시장도 박스권 하단에서 저점을 모색중이기 때문이다. 비관적 전망은 글로벌 주식시장이 박스권 하단을 이탈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신흥국 자금 유출이 일단락되면 신흥국 내 한국선호가 커질 전망이다. 신흥국에 대한 불안은 진행형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가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4년 이후 낮아진 한국 비중 역시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외국인 수급 안정에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다. 외국인 매매비중이 높은 종목이기 때문이다. 2009년 이후 삼성전자의 외국인 매매 비중은 평균 49.3%고 올해는 60.2%로 크게 증가했다. 역으로 이로인해 신흥국 자금 이탈시기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 우려 이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주로 달러화 강세에 따른 글로벌 교역량 감소와 신흥국 통화 약세에 따른 구매력 약화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3분기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던 환율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국내증시도 외국인 수급의 복귀와 함께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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