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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WHY?]선진화법 재개정 끊이지 않는 요구…대화능력 의심받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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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제대로 못풀어..법 보다는 인식 문제

당파성·법안 끼워넣기가 대화 가로막아


[국회 WHY?]선진화법 재개정 끊이지 않는 요구…대화능력 의심받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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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지난 2012년 5월, 18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 여야가 밀고당긴 끝에 '직권상정 제한'과 '필리버스터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몸싸움' '날치기'로 대표되는 불신의 정치를 끝내고 '화합'과 '통합'의 신뢰정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열망을 여야가 수용한 결과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은 시행된지 일 년도 안돼 재개정 논란에 휩싸였다. 선진화법 덕분에 몸싸움은 멈췄지만 여야 대치구도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고 안건 처리 속도는 오히려 더뎌졌다. 여당 의원들은 국회선진화법을 '국회마비법'으로 비꼬았다.


국회선진화법 재개정 논란은 사회적 갈등을 제대로 풀지 못하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절충과 타협을 통해 의회가 원활히 운영되도록 한다'는 게 당초 법 취지였다. 하지만 실상은 정치권의 갈등과 불신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했다. 갈등과 대립의 현명한 조율을 통해 신뢰를 얻으려는 정치권의 시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대부분 여론조사에서도 바닥권을 면치 못하는 게 현실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대로 제기되지 못하는 배경에도 국민들의 국회 불신이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치의 존재 이유는 갈등을 풀기 위한 것이다. 정치와 '갈등ㆍ대립'이 상극이 아닌 불가분의 관계인 이유다. '통합'과 '화합'을 최대 가치로 삼는 정치는 역설적으로 '갈등 '이라는 자양분이 있어야 가능하다. 특히 개방된 사회일수록 모순은 더 많이 발생한다. 대의민주주의의 산물이라는 국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 상반기 정치권을 달군 공무원연금개혁은 물론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탄생한 세월호특별법은 이 같은 조율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정부와 사회가 해결할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이 국회 논의를 통해 정리된 셈이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재임중 국회를 '갈등의 용광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 전 의장은 "국회는 다양한 생각과 분쟁을 해결하는 소통과 화해의 장"이라며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을 녹이는 뜨거운 용광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작 정치권의 갈등 해결 능력은 부족하기만 하다. 여야의 협상 과정을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상대방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보다 자신만의 주장에 열을 올리는 게 대부분이다.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이 서툴다보니 사회적 갈등은 종종 정치권 다툼으로 비화된다. '제도(국회선진화법) 탓 하지 말고 의원들의 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 생산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18대 국회 당시 한국정치학회가 국회 보좌진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른 나라 국회와 비교해 우리나라 국회의 생산성이 높다'고 답변한 비율은 9.9%에 불과했다. 반면 '낮거나 매우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56.2%에 달했다.


19대 국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19대 국회 출범 직후 정치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선진화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18대 국회 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28%에 불과했다. 반면, '비슷하거나 못할 것'이라는 응답률은 7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공학을 따질 수밖에 없는 정치 현실이 국회 갈등 해결 역량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여야는 물론, 당청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정치적 현실이 국회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불신을 야기한다고 본 것이다.


정진민 명지대 교수는 "의원들의 자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협상에 임할 때는 생각의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데, 소속 정당과의 관계를 고려하다보니 모든 일에 경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정당의 기율이 강해 소속 의원들의 응집력은 높은 편이다. 이는 장점일 때도 있지만 여야가 맞서는 상황에서는 교착상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당파성은 절제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두드러진 법안 끼워넣기식 협상도 갈등 해결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꼽힌다. 현행 국회법 하에서는 여야간 협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상대가 원하는 법안을 처리하는 대신 자신들이 미는 법안이나 제안을 함께 들어달라는 식의 요구가 많아졌다. 특히 소수당인 야당이 이 같은 전술을 구사하는데, 점차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 등장하거나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법안 처리에 난데없이 '광주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이 등장했던 게 대표적인 예다. 정치권 현안인 결산안 통과를 야당이 특수활동비에 연계시킨 것도 같은 범주다.


전통적으로 대통령과 야당이 껄끄러운 관계이고 4년 마다 돌아오는 총선 역시 정치권의 대결 구도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여야간 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은 불행히도 크지 않다. 소위 '동물국회'와 '식물국회'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 보다는 의원들의 상황인식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정관 전남대 교수는 국회선진화법 관련 국회 세미나에서 "집권여당과 야당은 타협을 통해 국회를 운영할 책임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자정노력을 통해 '갈등의 아이콘'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것 만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라는 게 조 교수의 조언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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