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일본의 노동력 부족은 심각하다.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불안한 경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 십년 중 가장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는 기현상의 배경에도 노동력 부족이 자리잡고 있다.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최근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국인들이 부족한 일본의 노동력을 메꿔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는만큼 이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고 저널은 설명했다.
저널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인력이 필요한 일자리 개수는 수십만 개에 이른다. 이에 라면가게부터 자동차 부품 공장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일본 노동성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는 78만8000명이다. 2년간 15% 증가했다. 전체 법적 노동자 중 외국인들의 비율은 약 1.4%다.
심각한 외국인 부족에 기업들의 외국인 노동자 고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인력정보업체 디스코의 지난해 설문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했거나 고용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은 36%로 집계됐다. 4년 전 조사 때에 비해 이 비율은 3배로 상승했다.
인도네시아인 재누딘 진씨는 기술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하마마츠의 자동차 필터 조립 공장에서 2년 반 전부터 일하고 있다. 하마마츠는 야마하 모터와 스즈키 자동차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진씨는 사무실에서는 모두 일본인이 근무하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주로 외국인 노동자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하루 11시간을 일하며 기술훈련 프로그램의 3년 과정이 곧 끝나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국제교류협회(JCIE)의 멘주 도시히로 사무총장은 "일본 기업들은 노동자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대학 졸업자들의 숫자는 계속 줄고 있으며 이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민을 장려하는 것이 부진한 일본 경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도 민족에 대한 의식이 강해 이민은 여전히 일본 내에서 민감한 문제다. 이민을 허용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면 사회범죄가 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여전하다.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가 일본 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의 경제분석가 미츠하시 다카키씨는 저서를 통해 이민에 반대한다고 썼다. 그는 "외국인들이 일본의 부족한 노동력을 채운다면 기업들이 생산성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줄고 이에 따라 일본의 경제성장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일본에는 충분한 숫자의 외국인 근로자가 있다고 그는 밝혔다.
외국인 노동자와는 협력하기가 어렵고 되레 외국인 때문에 일본인들의 일자리가 줄어 낮은 급여를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일본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여러 논란 때문에 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베 정부가 이민 문제에 전향적으로 개방하지는 않을듯 하다. 아베 측근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기술훈련 프로그램의 기한을 2년 더 연장하고 숙련 노동자들에 대한 비자 규정을 완화하는 등 점진적으로 이민 정책을 개선해나갈듯 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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