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축구선수 '지단' 영화 찍은, 콘지의 또다른 드리블

시계아이콘01분 2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내달 3일 개봉영화 '이민자'의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 특유의 영상 다시 선보여

축구선수 '지단' 영화 찍은, 콘지의 또다른 드리블  영화 '이민자'의 다리우스 콘지(오른쪽) 촬영감독과 제임스 그레이 감독
AD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랑스의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43)은 '아트사커'의 핵심이었다. 1990년대 들어 유행한 압박전술에도 중원에서 느릿한 플레이 스타일을 고수했다. 압박의 숲속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유일무이한 테크닉의 소유자였다.
영화 '지단: 21세기의 초상(2006)'에는 이런 지단의 일거수일투족이 담겼다. 현란한 패스나 놀라운 킥이 아닌 경기장에 내던져진 한 인간의 희로애락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움직임을 따라가는 카메라는 다리우스 콘지(60)가 잡았다. '델리카트슨 사람들(1991년)'을 시작으로 '비포 더 레인(1994년)', '세븐(1995년)',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1995년)', '에비타(1996년)', '에일리언4(1997년)', '패닉룸(2002년)' 등의 촬영을 담당한 거장이다.

콘지는 지단과 닮은 점이 많다. 알제리계인 지단은 프랑스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콘지는 부모를 따라 프랑스로 건너갔다. 둘은 프랑스보다 다른 나라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 이탈리아 유벤투스, 스페인 레알마드리드 등에서 뛴 지단은 현재 레알마드리드 카스티야의 감독으로 일한다. 콘지는 영화를 배우기 위해 찾은 미국에서 자신의 영역을 넓힌다.


그 색깔은 한 가지로 규정하기 어렵다. 스탠릭 큐브릭 감독이 그러했듯 영화를 찍으면서도 꾸준하게 실험을 병행한다. 필름 현상에 주는 변화가 대표적이다. 콘지는 '델리카트슨 사람들',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세븐' 등에 블리치 바이패스 기법(필름을 현상할 때 표백 단계를 건너뛰어 은 입자를 세탁하지 않고 남겨두는 방법)을 사용했다. 콘트라스트를 높이고 전체적인 채도를 떨어뜨려 영화의 암울한 분위기를 극대화시켰다. 가장 처음 시도한 사람은 '먼 목소리, 조용한 삶(1988)'의 패트릭 듀발이지만 이를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느와르나 공포물을 맡은 촬영감독에게 효시로 각인돼 있다.

축구선수 '지단' 영화 찍은, 콘지의 또다른 드리블  영화 '이민자'의 다리우스 콘지(왼쪽) 촬영감독과 제임스 그레이 감독


콘지의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프라하(1992)', '비포 더 레인', '에비타'등에 ENR 현상 기법(필름을 현상할 때 산화은을 첨가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밝기는 그대로 두면서 콘트라스트를 강조해 화면의 명암 차이를 극대화시켰다. 국내에서는 최영환 감독이 '혈의 누'에서 처음 선보였다. '패닉룸'에서 선보인 극단적 줌 인도 빼놓을 수 없다. 세트 촬영과 컴퓨터그래픽으로 피사체의 세밀한 곳까지 파고들어 패닉룸을 지탱하는 철판의 차가움과 투박함을 강조했다. 이 기법은 10여년이 흘러 마블코믹스의 '어벤져스' 시리즈 등을 대표하는 기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의 트랜드 선도는 근래 한풀 꺾였다.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디지털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특유의 분위기 조성, 세련된 감성이 퇴색하지는 않았다. 내달 3일 개봉하는 '이민자'에 1920년대의 뉴욕을 옮겨놓았다. 그 덧칠은 빈민가에 혼자 남겨진 에바(마리옹 꼬띠아르)의 감성과 절묘하게 맞닿는다. 오페라풍의 특색을 살려 시각적 아름다움을 전하지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해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허상을 보여준다.


콘지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제임스 그레이(46) 감독과 함께 1년여 동안 전시회와 미술관을 다녔다. 색조와 프레임에 대한 연구도 거듭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오토크롬(필름 개발 전까지 사용된 천연색 사진술)으로 이끌었다. 그레이 감독은 "빛이 어디에서 들어오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 세트의 어느 부분을 밝힐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분명히 해야 했다"며 "콘지의 노력 덕에 신화와 같은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