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정부가 소방차가 긴급 출동 시 교통사고를 내는 경우에 대해 벌금과 형사 합의금,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보험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내년부터 전국 시·도 소방본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운전자) 법률비용지원 특약을 포함해 소방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그동안 소방차가 화재진화나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출동할 때 교통사고가 나면 소방관 개인이 사고의 책임과 법률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다.
경기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일선 소방서별로 보험사와 자동차 보험 계약을 맺는데, 예산 부족으로 특약을 배제하거나 사고에 따른 높은 손해율 때문에 보험사로부터 특약 가입을 거절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출동 중 교통사고에 대해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 특약은 소방관이 긴급출동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형사 책임을 지는 경우 벌금과 형사 합의금, 변호사 선임비용 등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자동차 보험을 통합해 큰 단위로 계약하면 손해율을 평준화할 수 있어 특약 가입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230개 소방서 소방차 8050대 중 종합 보험에 법률비용지원 특약이 포함된 차량 비율은 34.5%(95개 소방서 2774대)뿐이다.
이 중 대구·경북·충북·제주의 38개 소방서 소방차 1481대는 소방서 차원에서 소방관들에게 운전자 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있다. 사실상 소방차 절반 가량이 긴급 출동 중 사고가 나면 소방관 개인이 법적 책임을 떠안는 셈이다.
특히 전남은 예산 부족과 보험사 가입 거부 등 때문에 13개 소방서 소방차 522대 중 단 한 곳(35대)만 특약에 가입돼 있다. 서울시는 28개 소방서 소방차 960대 중 16곳의 498대가 높은 사고율을 이유로 보험사로부터 특약 가입을 거절당하자 지역 내 모든 소방관의 운전자 보험 가입을 추진했다.
소방차는 급한 출동 과정 때문에 택시나 일반 승용차보다 사고 발생 비율이 높다.
도로교통법상 신호위반 등이 허용되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법규 위반 사항이 불리하게 작용해 운전자가 벌금이나 형사처벌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실제 2010∼2014년까지 5년간 전국 119구급차(1272대)의 연평균 교통사고 발생률은 15.1%(192건)으로, 2013년 기준 전체 차량 사고율 4.83%의 3배, 택시 사고율 9.6%의 1.5배에 달했다. 또 사고의 80%가 출동 중 발생했고 사고 시 교통 법규 위반한 경우가 많아 과실 비율도 57%였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현재는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보험사들과의 중재를 추진하는 단계"라며 "소방 예산은 시·도 지자체에서 수립·지출하기 때문에 실제 보험사 선정·계약 진행 등은 지자체가 예산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율이 낮은 곳과 높은 곳을 한데로 묶으면 높은 할증료 때문에 예산 부담을 겪는 일선 소방서의 부담도 줄고 보험사 역시 손해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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