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경쟁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플러스섬(Plus-sum)'과 '마이너스섬(Minus-sum)'이다. 플러스섬은 경쟁 주체를 발전시키지만, 마이너스섬은 서로의 곳간을 털어가며 생채기만 남긴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영진이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으로 상대방을 자극했다. 지난 21일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애벌빨래용 상판을 더한 삼성전자의 '액티브워시'를 겨냥해 "그게 기술이 들어가 있나? 바케스(양동이) 하나 올라간 걸…. 34년 전에 이미 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 명의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LG전자의 최신 세탁기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경쟁 제품을 폄하한 동시에 나아가 아이디어 상품 전체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이었다.
삼성과 LG의 대표적 경쟁 품목인 TV를 둘러싸고도 신경전이 이어졌다. 지난 26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LG의 RGBW(적ㆍ녹ㆍ청ㆍ백)패널 TV에 대해 "(4K로) 인증 받았다고들 하는데, 그런 건 돈 주고도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런데 LG가 인증 받았다고 밝힌 기관들(미국 ULㆍ독일 TUVㆍ영국 인터텍)은 삼성 UHD TV도 인증 받았던 곳이다. 다분히 감정 섞인 폄하성 발언으로 들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서로 경쟁의식을 불태우며 세계적인 가전회사로 성장했다. 기업을 넘어 국가적 경제 발전의 중심 줄기가 된 플러스섬 경쟁이었다. 덕분에 이젠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최고 프리미엄 가전 업체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게 됐다. 삼성과 LG가 함께 넘어서야 할 경쟁자는 안이 아니라 밖에 있다는 소리다.
딱 1년 전 이맘때, 독일 가전전시회에서 벌어진 이른바 '세탁기 파손 논란'으로 삼성과 LG는 법정 싸움까지 벌이다 지난 3월 극적 화해했다. 당시 두 회사는 공동 합의문을 통해 "국내 대표 전자업체로서 소비자를 위한 제품 품질과 서비스 향상에 주력하자는 양사 최고 경영층의 결단"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대승적 화해는 당시 소비자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불과 5개월 전 일이다. 삼성ㆍLG전자가 반년도 채 지나기 전에 화해의 취지를 잊고 마이너스섬 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