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최보기의 책보기]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최보기의 책보기]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
AD

엊그제 ‘엄마인문학’을 펴낸 김경집 박사의 강연을 들었다. “요즈음 ‘먹방, 쿡방’이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취업난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젊은이들이 인간의 본능적 욕구인 성욕마저 포기하고 마지막 남은 것이 식욕이라는 아픈 현실이 있다”는 말은 참으로 듣기가 참담했다.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는 책을 선뜻 고른 이유이다. 육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남해안의 꽤 큰 섬이었던 필자의 고향은 1970년대에 약 3만 5천 여 명의 인구가 살았었다. 33개의 마을에 분교까지 모두 11개의 초등학교, 2개의 중학교가 학생들로 가득 찼고, 80년대 초반에는 1개의 고등학교까지 들어섰다. 그새 다리도 놓아져 육지로 변신했다.

그런데 현재 이 곳의 인구는 고작 5천명 내외다. 그나마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 다리가 놓아져 편리해진 교통 탓에 고등학교는 육지의 학교와 통합이 결정됐고 한 개씩 남은 초, 중학교 역시 얼마 못 가 육지와 통합될 (개인적) 전망이다. 면 단위임에도 모든 학교가 없어지는 것이다. 앞으로 30년 후쯤 이 지역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지 쉽게 단정할 수 없지만 그리 낙관적이지 않던 차에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는 책의 제목이 필자의 눈을 붙잡았던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경기침체와 청년 취업난의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대학과 대학원 졸업 후 입사한 대기업 도요타, 도쿄의 IT벤처기업 사원을 그만 두고 섬으로 들어와 ‘주식회사’를 차린 지 5년,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처음 도전했을 때의 생각대로 섬에서 미래를 찾아 온 정착 과정과 세세한 방법론을 다룬 책임은 제목 만으로도 추측 가능하다.

이 책이 점수를 받는 것은 외딴 섬에서 창업한 대도시 엘리트 청년들의 경험과 스토리도 좋지만 그들이 섬을 택한 이유가 대단해서다. 시네마 현 북쪽 60Km 지점의 아마섬은 주민 2,311명 중 40%가 65세 이상이고 일년에 태어나는 신생아는 열 명 미만이다. 면 단위 섬이 직면한 빈약한 재정, 일자리 부재,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는 그대로 일본 전체가 앞으로 직면할 문제의 축소판이다. 아베와 노부오카, 두 젊은이는 ‘우리가 이 섬에서 일으킬 작은 일이 일본의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으로 그 섬에 갔던 것이다. 참으로 대단하다.


물론 우리라고 퇴색한 전통 한옥마을이나 재래시장에 들어가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연애, 결혼, 출산 포기는 물론 차라리 이민을 원한다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해외로 향하는 그 시선을 전국에 널려있는 섬으로 돌려보면 혹시 무슨 수가 나지는 않을까? 남이섬에 세워진 나미나라공화국, 재즈 천국 자라섬, 통영 앞바다의 외도도 시작은 선지자 한 사람의 작지만 위대한 발걸음이었다.


AD

“섬에 오면 대도시 경력 자체가 경쟁력”이라고 섬에 사는 사람이 분명히 말했었다. 섬이 많은 지역의 공무원 공채 때 정원을 다 못 뽑아 애 먹는다는 기사를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분명히 보았다.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시작한다. 청년들이 피워내는 미래 한국의 꽃이 섬에서 만발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건 무리일까? 이 책의 번역가는 산골에 살고, 출판사 역시 서울 출신이 경남 통영에서 운영 중이다.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 / 아베 히로시 외 지음 / 정영희 옮김 / 남해의봄날 펴냄 / 1만4000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