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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수호산에서 평화공원까지 '남산' 변천사 한눈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7초

한양 수호산에서 평화공원까지 '남산' 변천사 한눈에 정선, '목멱산도'(백납병풍), 18세기,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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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조선 초기 국사당이 자리했던 남산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 거주지와 신궁이 건립되면서 국권상실의 현장이 되고 만다. 반쪽짜리 해방 후 중앙정보부와 수도방위사령부가 자리를 잡았다. 이후 1990년대 탈권위주의 시대가 열리면서는 남산에 인권기념관과 같은 평화의 공원을 조성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가운데 위치하면서 누구나 한번쯤 올라가봤을 남산. 이곳은 이렇게 우리네 굴곡진 역사가 숨겨져 있는 공간이다.

제국주의 강점과 근현대 시기를 거치며 권력에 의해 크게 훼손됐다가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 남산의 변화를 조망할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서울역사박물관이 광복 70주년 특별기획전으로 총 250여점의 자료를 모아 마련한 '남산의 힘' 전시다.


전시는 우리 기억 속에 잊혀진 한양의 수호산이었던 남산부터 시작된다. 국가제사의 공인된 공간이자 민간신앙의 성지로, 남산은 조선 초부터 국사당과 와룡묘, 남관왕묘가 자리하고 있었다.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관리들의 계회 등 풍류의 장소이기도 했다. 사도세자가 쓴 '남관왕묘비명'을 비롯하여, 겸재 정선의 '목멱산도'(백납병풍), 김홍도의 '남소영도', 김윤겸의 '천우각 금오계첩' 등 쟁쟁한 조선화가들의 필치로 남겨져 있는 남산을 만날 수 있다.

한양 수호산에서 평화공원까지 '남산' 변천사 한눈에 사도세자, '남관왕묘비명' 1752년.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한양 수호산에서 평화공원까지 '남산' 변천사 한눈에 '조선신궁전경도', 일제강점기,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한양 수호산에서 평화공원까지 '남산' 변천사 한눈에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고인들의 진술서, 1975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소장


이어 식민통치의 현장인 된 남산의 슬픈 훼손의 역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1880년대부터 일제는, 임진왜란 때 일본군 주둔지 ‘왜성대(남산 북쪽일대)’ 지역에 일본공사관, 통감부, 통감관저 등을 설치했다. 급기야 1910년 8월 22일에는 데라우치 통감와 이완용이 한일합병조약을 체결해 국권을 상실한 때부터 전망 좋은 남산 회현자락은 크게 훼손되고 만다. 일제는 이곳에 여의도의 두 배에 가까운 43만㎡의 대지를 조성하여 조선신궁을 세우고 신사참배를 강요했다. 이 밖에도 남산에는 일본인 거류지였던 왜성대에 경성신사, 경성호국신사, 노기신사 등이 있었다. 충신을 기려 만든 장충단도 장충단공원으로 개조해 그 안에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사당 '박문사'를 짓기도 했다. 또한 남산을 일본식 대공원으로 개조하기 위해 우리 전통 소나무 대신 벚꽃과 아까시나무를 계획적으로 이식시켰다. 전시를 통해 밝혀지는 일제의 남산개조는 '한국합병조약 및 양국황제조칙의 공포에 관한 각서'(1910), '경성부남산공원설계안'(1917), '조선신궁전경도', '노기신사 수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45년 8.15 광복 이후 다시 남산은 냉전으로 분단된 나라의 상징 공간이 됐다. 조선신궁 자리에는 건국 대통령의 초대형 동상이 세워지고, 국회의사당 부지조성 공사가 진행됐다. 1960년대부터 남산에는 국민교육장이 돼 반공을 주창하는 자유센터가 장충동에 들어서고, ‘애국애족’의 동상들이 산 중턱에 무수하게 세워졌다. 산 아래에는 국가와 정권 수호의 방패 역할을 했던 중앙정보부와 수도방위사령부가 자리를 잡았다. 41개동 건물의 무소불위 ‘중정’은 ‘남산’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편에선 정부의 경제발전 정책 속에 남산은 공원용지 해제를 비롯해 급속한 개발이 이뤄졌다. 거대한 외인아파트와 각급 호텔이 다수 들어섰고 도로와 터널이 남산을 관통했다. 야외음악당, 도서관, 국립극장 등 시민 위락시설과 함께 남산 케이블카와 전파송신탑(서울타워)도 이때 세워지게 된다.


1990년대 탈권위주의 시대에 들면서 안기부와 수도방위사령부가 남산에서 떠나갔고, 경관을 훼손했던 외인아파트가 폭파됐다. 전시장 끝부분은 남산이 ‘자연’, ‘사람’, ‘역사’의 공간으로, ‘우리들의 남산’이 되는 과정과 함께 남산의 아름다운 모습과 남산 관련 최근의 주요 이슈들을 소개한다. 최근엔 안기부터를 인권기념관 등 평화의 공원으로 조성하자는 목소리 같은 남산을 되살리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활발하다. 전시는 오는 11월 1일까지.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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