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박현주 그룹 회장님은 내치(內治)에 집중하시고 외부에 목소리 내는 것을 최소화하고 계십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왕성한 대외 행보를 보였던 과거와 달리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시장에 대한 입김이 뜸해진 것은 사실이다. 박 회장은 대신 해외 사업 현장을 일일이 찾고 임직원 격려에 힘쓴다. 덕분에 회사는 박 회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분위기다.
문제는 외부 변수다. 그룹 안팎에서 불거지는 여러 악재에 박 회장은 골머리를 앓고 있을 듯 하다.
우선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매각 이슈에 휘말렸다. 미래에셋은 정확히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PEF) 미래에셋삼호유한회사를 통해 금호산업 지분 8.55%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그런데 금호산업 적정 매각 가격으로 주당 5만9000원, 총 1조213억원을 부르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가격 산정이 과도하다'는 금호 측과 'PEF 투자 원금 회수를 위해서는 적당하다'는 미래에셋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상황이다.
급기야 불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현주 회장의 오랜 인연으로 번지면서 주위에서는 둘의 불편한 관계를 부추겼다. 회사 관계자는 "금호산업 매각 건으로 두 분이 직접 만나 이야기하거나 그러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 1호' 타이틀을 노리던 미래에셋증권은 16일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박현주 회장은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한 연구를 이미 끝낸 상태"라고 했고, 변재상 사장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미래에셋증권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기회가 주어진 것을 환영한다"며 호기 있게 뛰어들었던 신사업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진출 선언 2개월도 채 안 돼 주도권을 뺏기며 중도 하차했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의 '키맨'이었던 다음카카오는 미래에셋의 경쟁사인 한국금융지주를 최종 선택했다. 다음카카오-한국금융지주 컨소시엄에는 KB국민은행까지 가세하면서 1위 기업 간 짝짓기에 성공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본연의 금융투자업에 집중함으로써 투자 전문회사로서의 독립성과 경쟁 우위를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며 신사업 추진 중단 배경을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영향력 있는 컨소시엄 구성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시범 인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래에셋이 서둘러 발을 뺐다는 것이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라는 여의도 증권가 수군거림에는 이유가 있을 법 하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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