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들의 잇따른 성범죄 의혹으로 교육계가 충격에 빠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교육청 내에 특별대책기구를 마련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조 교육감은 6일 오전11시 교육청에서 '학교 성범죄 척결 및 학교문화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했다는 데 참담함과 자괴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시교육청은 성추행·희롱 관련 감사를 계속해서 진행하는 한편 개교한 지 채 3년이 되지 않은 이 학교의 개교 작업을 주도한 교장과 교사들이 추문에 연루된 점을 감안해 학교 운영과 학사행정에 비리가 없었는지를 감사하기로 했다.
또 전·현직 교감이 성추문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사안 처리가 적절했는지를 조사해 필요시 인사 조치할 예정이다.
조 교육감은 대책 발표에서 우선 피해자 보호·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가 된 학교에 대해서는 감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에 대한 징계와 인적쇄신을 단행할 것"이라며 "(피해)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 대해서는 빨리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치유지원과 법률지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직무유기와 교사 성추행 혐의로 직위해제된 교장을 대신해 빠른 시일 내에 전문성과 소통 능력을 갖춘 새 학교장을 임명해 학교 정상화에 나선다.
이날 시교육청은 성범죄 연루 교사에 대한 '일벌백계' 방침을 밝혔다. 먼저 시교육청은 사안을 인지한 즉시 특별감사를 통해 가해 교원을 즉히 직위해제하고 징계한다. 또 한번이라도 성범죄에 연루된 교원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개하고 교단에서 퇴출시킨다.
조 교육감은 "서울교육청은 올해부터 촌지에 대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대대적 청렴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를 성범죄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 성범죄 사실이 확인된 교원은 바로 교단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전했다.
제도적 차원의 개선방침도 나왔다. 시교육청은 피해자가 신분노출의 우려 없이 신고할 수 있도록 원스톱 시스템을 가동하고, 인권옹호관 산하에 성범죄 신고·처리 전담자를 두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성범죄 관련 온라인 신고센터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보급키로 했다.
아울러 시교육청은 성범죄에 관한 종합적·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기구를 설치키로 했다.
조 교육감은 "지금까지 비상회의로 운영하던 특별대책회의를 대책기구로 전환하겠다"며 "부교육감을 책임자로 하는 '학교 내 성범죄 특별대책기구'에서 종합적·장기적 대책을 세우도록 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성범죄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권위주의' 청산도 추진된다.
시교육청은 가부장적 학교문화 개선을 위해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의 운영 정착에 나서며, 학교 성고충상담위원회에도 외부전문가를 위촉하고 보고를 의무화 할 방침이다. 더불어 학생, 학부모, 교사 대상 성범죄예방교육과 인권교육을 강화, 인권감수성을 향상시킨다.
조 교육감은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 예방, 피해자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이를 위해 모든 학부모와 시민, 특히 우리 교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음주 감사 논란과 감사관실 내부 직원간 갈등 문제가 제기됐던 것에 대해 박백범 시교육청 부교육감은 "기존 감사관을 감사 현장 업무에서는 배제할 것"이라며 "새로운 감사팀장으로 조규천 서기관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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