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롯데칠성은 '황제주'로 불린다.
7월 말 기준 224만8000원으로 국내 주식 중 롯데칠성보다 비싼 주식은 없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롯데칠성은 그림의 떡이다. 워낙 주가가 높기도 하지만 유통 주식 수도 적다. 사고 싶어도 유통되는 주식이 거의 없으니 살 수 없다는 얘기다.
올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롯데칠성의 주식회전율은 53.69%로, 180%대인 코스피 평균치를 크게 밑돈다. 회전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주식을 사고파는 횟수가 적다는 의미다.
롯데그룹은 베일에 싸인 지배구조 만큼이나 자본시장에서 소통이 되지 않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재계 서열 5위의 거대 기업임에도 불구 상장사 수가 적은 데다 그나마 유통 주식 수도 적어 개인투자자들은 매매 시도조차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국내 82개 계열사 중 상장된 회사는 8개사(롯데칠성 우선주 제외)에 불과하다. 롯데그룹 일본 계열사 37개사는 상장된 곳이 단 하나도 없다.
국내 롯데 상장사는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푸드, 현대정보기술, 롯데하이마트, 롯데손해보험 등이다.
이 중 롯데그룹이 직접 상장한 기업은 롯데쇼핑, 롯데칠성,롯데제과,롯데케미칼 등 4곳이다. 롯데푸드, 현대정보기술, 롯데하이마트, 롯데손해보험 등 4곳은 상장된 기업을 인수한 경우다.
롯데 상장사들의 거래 주식 수는 국내 5대그룹 중 가장 적다. 올 들어 7월31일 현재 까지 총 상장주식 2억7813만주 중 거래량은 1억5991만주로 회전율은 57.49%에 그쳤다.
코스피 평균치(180%)는 물론 삼성그룹 84.74%, SK그룹 153.22%, LG그룹 62.34%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번 롯데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서 드러났듯이 롯데그룹은 폐쇄적인 지배구조 성향으로 기업공개(IPO)를 꺼리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얽히고설킨 지분구조와 IPO를 꺼리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성향으로 가능한 상장을 피해왔다"며 "가장 최근 롯데그룹에서 이뤄진 IPO가 2006년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한 롯데쇼핑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롯데 오너가의 폐쇄성으로 인해 롯데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지적이다.
롯데가 이익 중 일부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방법 중 하나인 상장과 액면분할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연구실장은 "롯데 오너일가가 국가경제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롯데그룹의 우수한 계열사들을 상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오너 일가가 황제주라는 특권만 누린 채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주주 환원과 기업 가치 환원에는 인색하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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