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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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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도덕경' 이진수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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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면 재계 총수들이 어떻게 휴가를 보내는지 소개하는 기사가 올라온다. 올해 주요 그룹 총수 대다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여파와 외부 여건 악화로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국내에서 경영 구상에 몰두할 듯하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게 독서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그룹 창업자인 마윈(馬雲) 회장은 휴가와 관계없이 가방에 항상 '도덕경(道德經)'을 넣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마 회장의 개인 비서 천웨이(陳偉)가 세계 화교들을 위한 글로벌 온라인 매체 이바다(易八達)와 최근 가진 회견에서 밝힌 사실이다.

천 비서는 "마 회장의 가방에 항상 책 몇 권이 들어 있다"며 "그 가운데 하나가 도덕경"이라고 전했다. 마 회장은 2011년 11월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도덕경을 일독해 볼 만한 책으로 권한 바 있다.


기업 경영과 무관한 듯한 도덕경을 그는 왜 들고 다니는 걸까.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소재 세인트존스칼리지의 크리스토퍼 넬슨 학장은 '첫째 고객, 둘째 직원, 셋째 주주'를 내세우는 알리바바의 기업문화가 도덕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덕경이란 도가(道家)의 창시자인 노자(老子)가 기원전 6세기께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러 차례 편집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많은 변형을 거쳐 기원전 4세기께 지금의 형태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도덕경에는 국가의 화합과 평안을 위한 삶의 길이 제시돼 있다. 도덕경은 모든 일이 본성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면 도(道)가 이뤄진다고 가르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게 도에서 나오므로 백성에게 도의 원리를 가르치면 나라가 지극히 평온해진다는 것이다.


천 비서는 "마 회장이 철학을 사랑할 뿐 아니라 이를 실천하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노자의 진정한 제자'로 자처하는 마 회장은 어느 순간 노선을 바꾸면 "자기 지식 수준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9월7일자에서 "알리바바의 직원들이 6개 핵심 가치와 관련해 상사로부터 끊임없이 평가받는다"며 "팀워크, 성실성, 고객 우선주의, 변화에 대한 적응, 신의, 열정이 바로 그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는 도덕경 제8장의 내용과 일치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지극히 올바른 것은 물과 같다.
 수선리만물이부쟁(水善利萬物而不爭):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툼이 없다.
 처중인지소오(處衆人之所惡):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무니
 고기어도(故幾於道): 고로 도와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거선지(居善地): 머물게 되면 머무는 곳을 이롭게 하고
 심선연(心善淵): 마음을 쓰면 깊이가 있으며
 여선인(與善仁): 더불어 하게 되면 조화를 이루고
 언선신(言善信): 말하면 믿음을 더하며
 정선치(正善治): 정치를 하면 올바르게 다스리고
 사선능(事善能): 일하게 되면 능히 잘해내며
 동선시(動善時): 움직이게 되면 시의적절하게 하고
 부유부쟁(夫唯不爭): 어떤 일에도 다툼이 없으니
 고무우(故無尤): 고로 허물이 없다.


마 회장의 취미는 쿵푸 소설을 읽는 것이다. 그는 쿵푸 소설 속의 이야기로 직원들에게 쿵푸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도가의 정신을 퍼뜨린다. 미 미시간주 앨런데일 소재 그랜드밸리주립대학 철학과의 니페이민(倪培民) 교수는 "쿵푸를 통한 접근법이야말로 철학이란 '잘사는 방법'에 대해 알아내는 수단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에게도 철학으로 기업을 이끄는 총수가 있을까.






이진수 국제부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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