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재계는 28일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사태가 사실상 종식됐음을 선언함에 따라 메르스 비상대응 체제를 종료하고 일상체제로 전환키로 했다. 또한 기존에 추진해온 대내외 행사의 국내개최와 함께 여름휴가를 맞아 국내여행을 독려하는 등의 내수살리기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주요 기업들은 당분간 메르스방역체제를 유지하면서 방역당국과의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각 사업장과 공장, 사무실 등에 비치된 메르스측정 및 소독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정부의 메르스 정식 종료선언이 나오는대로 국내외 사업장과 현지법인, 해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메르스 종식을 알리는 공지를 통해 메르스로 인한 사업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알릴 계획이다.
메르스로 인해 감편 운항했던 항공노선도 정상화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8월부터 중국 일부 비정기 노선을 제외한 대부분 노선의 운항 스케줄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일본 노선은 인천~하네다 6회 감편(8.1~6)을 제외한 나리타, 나고야 등 전 노선이 정상 운영된다.
기업들은 메르스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내수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들은 이미 대내외 행사를 국내에서 개최하고 여름 휴가를 떠나는 직원들에게 국내 여행을 독려하는 한편 전통시장 상품권을 나눠 줘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내수 경기 살리기를 위한 총력 지원 태세를 유지한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통시장 상품권 300억원 상당을 구매해 계열사 사업장에 근무 중인 협력ㆍ용역회사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메르스 사태의 공식 종식 시점에 맞춰 중국ㆍ베트남 등 동남아 현지 거래처 및 고객을 국내로 초청하고 현지 우수사원에게 국내 관광 포상휴가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삼성은 1000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은 극심한 가뭄 속에 메르스 사태라는 이중고를 맞은 농어민들을 돕기 위해삼성전자 서초사옥 등 전국 21개 사업장에 직거래 장터를 개설하고 농산물과 지역상품 20억원 상당을 구입했다.계열사 임직원 1만여명은 '1사 1촌 자매마을'을 비롯해 전국 200개 마을에서 임직원이 농수로 정비, 일손돕기 등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딜러 및 고객 초청행사, 우수 사원 한국 연수 등 해외 현지 임직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를 이달부터 11월까지 집중적으로 국내에서 열기로 했다. 내수 진작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신규 딜러 한국 초청 세미나와 최우수 딜러단 한국 방문 등의 행사도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국내서 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진행하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약 100억원 규모의 전통시장 상품권(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한다.
SK그룹은 메르스 여파로 개인 헌혈이 급감하자 그룹 차원의 헌혈 캠페인을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2주간 벌였다.SK는 헌혈에 참여한 임직원 1인당 10만원어치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입해 취약계층에 기부했다. 그룹 계열사 경영진이 중국을 방문해 현지의 주요 언론사와 포털 등을 상대로 '한국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LG그룹도 LG가 임직원들에게 국내에서 연차휴가를 보낼 것을 적극 권장하는 한편 전통시장 상품권 70억원 어치를 구입해 직원 및 협력회사에서 지급했다.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는 협력사의 재정 부담을 분담하고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6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조성해 무이자로 지원하고 있다.LG생활건강은 협력업체들의 원활한 자금 흐름을 돕기 위해 이달 구매대금 460억원을 조기 지급했다.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LG화학은 여수공장 인근 지역의 쌀 500포대를 소비하는 로컬 푸드 운동을 벌였고 LG디스플레이도 파주 사업장 내에 경기 지역 농산물 직거래 판매장을 열었다.
한화그룹은 임직원에게 국내 여행을 장려하고 전국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50억원 어치를 구입해 임직원 모두에게 휴가 전 1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또 연차휴가를 쓰는 직원들에게 별도로 한화리조트 상품권을 지급해 주변 관광지까지 활성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7월 한 달간 중국ㆍ일본 여행사 관계자들을 수 차례 한국으로 초청해 팸투어를 진행한데 이어 8월에도 메르스 종식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이어간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 모든 임직원을 비롯해 생산물류 협력사 임직원을 포함한 총 1만5000여명에게 각각 10만원의 온누리 상품권을 이달말 일괄 지급한다.
또한 7월 말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모든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금 지급 기일을 50일에서 30일로 앞당기고 국내 여행을 권장하는 사내 캠페인도 전개한다.메르스로 위축된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요 아시아 국가 고객 및 유통 관계자, 언론인 등 200여명을 8월 말 한국(제주, 서울, 오산 등)에 초청하는 팸투어를 개최한다.
8월 하순부터는 범정부 차원의 프로모션 행사인 코리아그랜드세일(Korea Grand Sale)에도 적극 참여해 주요 상권의 매장에서 다양한 할인 행사와 이벤트 프로모션, 체험행사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시와 기업들은 침체된 관광 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서울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시관광협회, 한국호텔업협회, 한국면세점협회 등 10개 관광 관련 단체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가졌다.국내 경제 5대 단체 중 16만여 개 기업을 회원으로 둔 서울상공회의소와 617개 기업을 회원사로 하는 중기중앙회는 이번에 처음으로 참여한다.
서울시는 이번 간담회 개최로 민관이 협력할 수 있는 관광업 활성화 방안과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신속하게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박원순 시장은 다음 달 2일부터 직접 중국 광저우, 상하이, 베이징을 방문해 마케팅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다음 달 중에는 서울 관광인 한마음 대회도 열어 위축된 분위기를 되살릴 예정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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