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운영하던 부친 영향, 8세때 시작
소심함도 불우한 환경도 돌려차기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니아 산체스(25)는 2014년 미스 USA다. 그는 태권도를 통해 한국과 사랑에 빠졌고 지난 26일 오랫동안 꿈꾼 대로 한국에 왔다. 특별한 행사가 그를 기다렸다. 세계태권도연맹(WTF·총재 조정원)은 27일 서울 종로구 효자로 WTF 서울본부 대회의실에서 미스 USA이자 미스 유니버스에서 2위를 차지한 산체스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산체스는 태권도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태권도 4단이다. 여덟 살 때 태권도를 시작해 열다섯 살 때 지도자 자격증까지 땄다. 그의 아버지가 남캘리포니아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어 어릴 때 자연스럽게 태권도를 배웠다. WTF의 홍보대사직 제의에 그는 망설임 없이 한국에 왔다.
“태권도 홍보대사를 하게 돼 영광이다. 한국 방문은 오랜 꿈이었다. 태권도를 통해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배웠다. 인내심, 인격 완성 등 태권도 정신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태권도는 2014년 미스 USA가 되는 데도 도움을 줬다.”
미스 USA가 되기 전까지 산체스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여섯 살 때 부모가 이혼했고 어머니와 함께 두 달간 여성보호시설에서 살았다. 그러나 그녀는 특유의 미소와 건강함을 잃지 않았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다. 그는 7년간 모델로 활동하면서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공주 역을 맡기도 했다.
그는 태권도를 함으로써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켜냈다. 산체스의 방한을 도운 이상철 전 미국태권도연맹(USTU) 회장은 “산체스는 미스 USA에 도전해 다섯 번이나 떨어졌지만 태권도 정신으로 끝내 뜻을 이뤘다”고 했다.
산체스는 “처음에는 태권도를 배우고 싶지 않았다. 자주 다쳐서 싫었다. 하지만 훈련을 하면서 점점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매력을 느꼈다. 어렸을 때는 소심해서 친구들을 사귈 수 없을 정도였지만 태권도가 성격을 바꿔 주었다. 인내심, 용기 등 내면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태권도는 재미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도입된 전자호구시스템 채점 방식은 경기의 박진감을 떨어뜨렸다. 무술다운 겨루기가 아니라 점수를 따내는 데 급급한 경기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산체스의 생각은 다르다.
“태권도는 매우 멋지고 박진감 넘친다. 무도(武道)로서뿐 아니라 인생의 모든 분야를 배울 수 있어 흥미롭다. 태권도는 전 세계적으로 규모도 커졌다. 올림픽 스포츠로서도 가치가 매우 높다.”
태권도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도 문제가 아니다. 아름다움과 자신감으로 무장한 그는 거칠 것이 없다. 특히 여성 태권도 보급에 관심이 많다. 산체스는 지난해 미스 USA 대회에서 여대생 성범죄에 대한 해법 질문에 자신의 태권도 경력을 언급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태권도를 배울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미스 USA로서 태권도 홍보에도 차별화를 가져올 수 있다. 아직 태권도는 남성이 주도하는 대회로 여겨지는데 여성 태권도 인구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니아 산체스는 다음 달 1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에 머무르는 30일에는 경기도 평택에서 열리는 2015 세계 태권도 한마당 개막식에도 참석한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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