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섭 서울대 교수 기자단 엠바고 관행 “묵비 카르텔”이라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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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뉴스는 각종 인터넷 이슈의 막전막후를 짜장면처럼 맛있게 비벼 내놓겠습니다. 과연? 정말로?
“오늘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전원합의로 나왔습니다. 이거 엄청난 뉴스입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3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변호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하고 이 판결의 의미와 앞으로 미칠 영향을 놓고 얘기를 나눴다. 이른바 전관예우로 통칭되는 행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기대와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법조계가 전관예우로 떠들썩한 반면 일반인들은 이 뉴스를 전혀 접하지 못했다.
한 교수는 같은 글에서 “그런데 진짜 웃기는 건 판결이 나왔는데도 기사가 뜨지 않습니다”라며 “기자실에서 엠바고 걸었답니다”라고 전했다. 기사는 24일 12시에 나오기 시작했다.
엠바고는 워낙은 금수(禁輸) 조치를 뜻했다. 그러다 일정 시점까지 보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가리키는 미디어 용어가 됐다.
한 교수는 24일 또 페이스북에 “대법원 판결, 헌법재판소 결정은 공개리에 한다”며 “그런데 판결ㆍ결정이 나와도 즉각 시민에게 알려지지 않는답니다”고 글을 올리고 엠바고를 비판했다. 그는 “통상 기자단에서 ‘엠바고 24시간’을 거는 게 관행이라고 한다”며 경쟁해야 할 언론이 “스스로 ‘묵비 카르텔’로 발목 묶기를 해서 후진언론을 자초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성공보수약정 판결은 어제 밤 사이에 법조인 중 다수가 알만큼 큰 사안이고 온갖 반응이 생겨나고 전화도 많이 오갔을 것”이라며 엠바고로 인해 “news가 아니라 olds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왜 그런 카르텔 깨지 않느냐고 물으니 아주 센 징계조치를 내린다고 한다”고 전하고 언론자유 행사하면 언론기관(출입처기자단)이 징계하는 것은 “외부인이 보기엔 너무 이상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자단 엠바고는 지난달 26일 미국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결이 보도되는 방식과 대조된다. 그날 미국 대법원이 판결문을 내놓자 방송사 인턴들이 1초라도 더 빨리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자사 앵커가 있는 곳으로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엠바고 없이 발표와 동시에 보도하도록 한 것이다. 언론사들도 엠바고를 요청하지 않았다.
한 교수는 “언론자유 시대에 기자들의 취재 경쟁은 무한 경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판결의 가치를 즉각 알아내고, 혹은 판결을 예측하고 나오자마자 보도를 쏟아내는 역량은 기자의 역량이고 해당 언론사의 역량”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합당한 주장이지만 모든 엠바고가 언론자유 및 알권리와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 취재시간을 줌으로써 정확하고 깊이 있게 기사를 작성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엠바고를 걸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실업률을 발표할 때 말미를 30분 준다. 실업률 자료를 주고 설명한 뒤 기사를 작성하도록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엠바고에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법원 판결은 법리적으로 복잡해 발표되자마자 기사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관련 내용을 분석하고 판단 등을 종합해 기사의 품질을 높이려면 시간이 걸린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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