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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백혈병 보상' 조정안 나와…삼성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있어 고민돼"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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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백혈병 보상' 조정안 나와…삼성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있어 고민돼" (종합) ▲삼성전자 백혈병 보상 문제 해결을 위해 조정위원회, 삼성전자,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 등이 23일 서울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만나고 있다. 이날 조정위는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권고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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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백혈병 등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기부, 보상 등 절차를 진행할 공익법인을 설립하라는 권고안이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는 23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조정권고안을 공개했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삼성전자가 1000억원, 반도체산업협회가 적정한 규모의 액수를 기부해 공익법인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공익법인은 조정위가 내놓은 권고안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만 설립할 공익법인 이사회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단체들로 구성되고, 권고안에서 제안한 보상 범위도 넓어 삼성전자가 받아들일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옴부즈만 시스템을 구축해 삼성전자 사업장 현황을 제3자가 진단하는 것 또한 민감한 부분이다.


조정안에 대해 삼성전자는 "오랜 시간의 숙고를 거쳐 권고안을 제안해 준 조정위에 감사드린다"며 "가족의 아픔을 조속히 해결한다는 기본 취지에 입각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권고안 내용 중에는 회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피해자 측인 반올림과 가족대책위원회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황상기 반올림 교섭 대표는 "자세한 내용은 서류를 면밀히 살핀 후 밝히겠지만 큰 줄기는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원회 정애정 위원 역시 "대책 문제는 상당히 어려운 내용이었는데 전문가들이 잘 구성해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1000억 기부해 공익법인 설립하라"= 조정위가 권고한 공익법인의 발기인은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법학교수회, 경실련, 참여연대, 산업보건학회, 한국안전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등 7곳의 단체로부터 1명씩 추천받아 위촉된다. 발기인은 공익법인 설립 후 공익법인의 이사가 돼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를 구성하게 된다. 법인은 조정권고안에서 정한 원칙과 기준을 준수, 보상과 대책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한다.


조정위는 2011년 1월1일을 기준으로 잡고, 그 이전부터 근무해 최소 1년 이상 근무한 종사자들을 보상 대상자로 잡았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건강영향을 초래한 노출이 추정되는 가장 최근 시점이 생식이상 관련 역학조사가 보고된 2012년을 감안한 것이다.


질환의 범위는 총 12종으로 잡았다. 12종의 질환은 업무관련성의 개연성이나 의심의 정도가 높고 낮음에 따라 1군(가장 높음)에서 3군(낮음)의 세 가지 부류로 구분했다.


1군에는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증, 골수이형성증, 재생불량성 빈혈, 유방암 등이 포함된다. 2군에는 뇌종양과 생식질환이 포함, 3군에는 차세대질환과 희귀질환, 희귀암, 난소암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보상 대상으로 하겠다고 제안하지는 않았는데 포함돼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협상에서 삼성전자는 백혈병을 비롯한 비호지킨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다발성골수종 등 모든 종류의 혈액암을 보상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사업장에서 산업재해 승인 이력이 있는 뇌종양과 유방암도 추가했다. 반올림은 보상 대상에 모든 암과 천암성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자연유산이나 선천성 기형 등 생식보건 문제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위도 삼성전자가 제시한 보상 범위에 생식기 암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었다.


한편 조정위는 보상대상자의 최소 근무기간은 1년으로 잡았으며, 퇴직 후 최대 잠복기는 질환의 종류에 따라 최소 1년에서 최대 14년까지로 한정했다.


보상액은 보상대상자에 해당하기만 하면 그 질병 요양에 소요되는 치료비의 보전이 최소한 이뤄지도록 하게 했다. 질환의 종류에 따라 업무관련성의 개연성이나 의심이 높은 질환 발병자에게는 추가 보전액을 더하고,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별도로 일정액의 위로 보상금을 지급하게 된다.


보상금은 삼성전자 등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공익기금 중 약 70% 상당의 기금이 재원으로 사용된다. 우선 1차로 올해 말까지 시점을 기준으로 해 보상을 신청한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내년부터 발병자에 대해서는 공익법인이 연차적으로 보상대상자를 판정해 지급한다.


◇"옴부즈만 구성해 삼성전자 재해관리 시스템 확인해야"= 향후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방안도 마련됐다.


우선 삼성전자가 조정절차에서 제안한 내부 재해관리 시스템 강화 방안을 원안대로 충실히 실행하도록 했으며, 공익법인이 선정·위촉하는 3인 이상의 옴부즈만을 구성해 매년 삼성전자의 재해관리 시스템을 확인하도록 했다.


옴부즈만은 삼성전자 내부의 재해관리 시스템 운영 상황과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관리 현황 등에 관해 필요한 정보를 삼성전자로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제출받아 검토, 평가하는 '종합진단'을 맡는다.


이외에 ▲예방대책사업에 관한 기본계획과 구체적 실행방안의 수립 ▲재해예방을 위한 각종 조사 및 연구활동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공개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관리를 위한 구체적 규정 제정, 시행을 위한 제반활동 등도 기타 재해예방대책으로 권고했다.


삼성전자, 피해자를 포함한 교섭 주체들이 사회를 대표해 공동으로 '노동건강인권선언'을 하는 것도 제안했다. '노동건강인권선언'은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 등 이번 조정의 큰 줄기 중 '사과'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식이다.


이 선언에는 노동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건강한 삶을 지켜내고,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누릴 헌법상 기본적 인권 , 공동체 모두 지켜내야 할 가치 등이 포함돼야 한다. 사회적 사과와 더불어 불행을 겪은 개개인에 대한 사과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기자회견과 개별 사과문 발송 방식도 제안했다.


향후 조정당사자는 이 조정권고안을 받은 날부터 10일 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가 있으면 이의가 있는 부분을 특정, 제기하거나 조정권고안에 갈음하는 수정 제안을 서면으로 표명할 수 있다.


수정 제안이 있고 다시 상호 절충할 여지가 있을 경우 후속 조정절차가 진행된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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