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배씨문중비상대책위원회, 22일 오후 성명 발표해 반박..."소설 출판, 논문 편찬 등 문화적 반격도 나설 것"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경찰이 영화 '명량'의 역사 왜곡 논란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것과 관련해 배설 장군 후손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러자 '소설영화(명량) 관련 경주배씨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오후 성명을 내 경찰의 편파ㆍ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김한민 감독 등 피고소인들을 규탄했다.
비대위 측은 우선 "역사적 사실에 근거했고 구체적인 사실을 표현한 적이 없다
는 등 김한민 감독 등 피소자들의 경찰 진술에 대해 "단 한 번의 사과나 반성의 표명없이 괘변과 뻔뻔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더 이상은 우리 사회에서 상상력에 의한 창작예술이라는 가면을 쓴 부도덕한 사람들에 의해 생겨나는 사회적 폭력이 근절될 수 있도록 성숙한 공동체 시민 의식에 간절히 호소한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이어 강남경찰서의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형평성이 없고 일방적으로 피소자들의 주장을 대변하고 있다"며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고인들이 문제 삼고 있는 영화의 내용과 관련이 없는 다른 역사적 사료를 가지고 피소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려 하고 있어 신뢰성을 의심받게 하고 있다"며 "강남경찰서는 피고소인들의 무혐의 입증에만 노력한 듯 보여지는 조사 의견을 제시
하고 언론을 통해 한번 더 후손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해명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공정하고 엄정한 검찰 조사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를 통해 다시는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주 배씨 문중 측은 이와 함께 문화적 반격에도 나설 계획이다. 영화와 소설로 인해 조상의 명예가 실추된 만큼 같은 수단으로 만회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문중 측에 따르면, 조만간 배설 장군의 행적을 옛 문헌ㆍ사료 등을 통해 조사해 서술한 역사 소설이 출판될 예정이다. 또 논란이 일고 있는 배설 장군과 이순신 장군과의 관계, 배설 장군의 임진왜란 당시 행적에 대해 고증 및 정확한 연구 조사를 거쳐 학술 논문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윤호 비대위 대변인은 "소설 및 영화 명량의 집필, 제작, 감독, 배급사 대표는 지금이라도 당당하게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영화 '명량'에서 악인으로 묘사된 배설(裵楔ㆍ1551∼1599) 장군의 후손들은 지난해 9월 김한민 감독, 각본가 전철홍, 소설가 김호경씨와 배급사 CJ E&M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명량'에서 배설은 1597년 명량해전 직전 이순신 암살을 시도하고 거북선을 불태운 뒤 혼자 배를 타고 도망치다 이순신의 수하 안위가 쏜 화살에 숨지는 역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배씨 문중은 이런 설정이 역사적 사실과 달라 고인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며 김 감독 등 영화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배씨 문중은 지난해 9월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뤄 사는 경북 성주에서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사건은 이후 서울 강남서로 이첩돼 수사가 진행됐다.
강남경찰서는 10개월간의 수사 끝에 영화 전체적으로는 역사적 사실에 어느 정도 근거하고 있으며, 문제가 된 일부 장면도 창작된 것으로 전체 흐름에서 그 부분만 분리해 명예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이달 초 무혐의 결정을 내린 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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