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 유지 전략 주효할지 주목
[아시아경제 김재연, 박준용 기자]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이번 주 법정에 선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가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그동안 밝히지 않은 공소사실들로 어디까지 이들을 압박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2일 이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을 여는데 이어 23일 같은 혐의로 홍 지사의 재판을 열 예정이다. 두 재판은 각각 부패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21부(엄상필 부장판사)와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가 심리할 예정이다.
'성완종 리스트'가 나온 지 103일째가 될 때 진행되는 재판에서 검찰은 반드시 혐의를 입증해야하는 입장이다. 리스트에 나온 정치인 중 2명만을 불구속하며 '용두사미'란 비판을 받은 상황에서 이들마저도 무죄로 풀려나올 경우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구체적 금품수수 정황을 파악했지만 이를 밝히지 않으며 패를 감춰왔다. 돈을 받은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도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다며 돈을 전달했다는 일시·장소·방법도 공소장에 기재하지 않았다. 이 전 총리·홍 지사 모두 이에 대해 강력반발한 만큼 검찰이 법정에서 어떤 '깜짝카드'를 내놓을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증인 유무', '정황의 구체성'에서 차이가 나는 이 전 총리와 홍지사를 검찰이 어떻게 공격할 지도 관심이 모이는 대목이다.
홍 지사의 경우 자신이 1억원을 직접 전달했다는 증인이 있는 반면 시점과 장소가 구체적이지 않다. 홍 지사가 배달사고 가능성과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을 비롯한 주요 인물의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변호인 측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의 경우 날짜와 장소, 돈 전달 방법은 홍 지사보다 구체적이지만 결정적 증인이 없다. 여러 목격자에 의해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 선거사무소에 찾아간 사실이 나왔고, 이 전 총리가 독대하고 있는 자리에 돈을 갖다 놓았다는 수행비서 금씨의 증언도 있었지만 모두 정황일 뿐이다. 증인신청을 통해 재판부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밖에 메모·음성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지도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노영희 변호사는 "검찰에서 얼마나 준비했는지, 공소유지 의사가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기소는 줬다는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유죄입증 자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완구 전 총리의 경우가 그렇다. 홍 지사는 전달자가 있어서 유죄 나올 가능성이 그나마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