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참석률 80% 기록시 53.4% 찬성해야 합병
합병 성공해도 향후 엘리엇 소송전 이어질 듯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손선희 기자] 삼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정점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 양측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삼성과 엘리엇은 단 한 명의 주주라도 본인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막판까지 고군분투하고 있다. 합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주주 참석률이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16일 "주주총회에서 결과를 봐야 안다"면서도 조심스레 긍정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이 찬성으로 의견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시름 놓은 것으로 보여진다. '국내 재계에 비슷한 헤지펀드 공격이 없으려면 이번 주총에서 크게 이겨야 한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의하려면 주주총회 참석주주의 2/3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주주총회 참석 주주는 통상 70%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건은 주주총회 전에 치열한 여론전이 펼쳐졌고 위임장 경쟁이 붙은 만큼 80~85%까지 찬성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합병을 가결하려면 참석 주주가 70%일 경우 46.7%, 80%인 경우 53.4%, 85%일 경우 56.7%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50% 안팎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참석률이 예상보다 높을 경우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참석률이 높다고 해서 삼성물산이 꼭 불리한 것은 아니다.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주주들이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물산의 주총 참석률은 평균 60% 안팎이었다. 역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총 참석률은 50% 정도 수준이었고, 합병 등 주요 사안이 있을 때 주총 참석률은 65%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 측은 최대 80%가 된다 해도 이길 수 있도록 주총 직전까지 위임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80% 참석의 경우 53.4%의 찬성 지분을 모으면 합병을 성사시킬 수 있다.
10% 안팎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엘리엇이 확실한 반대를 하려면 10% 남짓한 지분을 더 찾아야 한다. 합병에 반대하는 소액주주 모임을 대상으로 엘리엇이 위임장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성신약(2.2%)의 경우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엘리엇은 지속적인 소송전을 통해 삼성을 공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엘리엇은 주총 결의 무효 소송 등 본안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법조계와 금융권은 예상하고 잇다. 엘리엇이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물산 이사회의 제일모직과의 합병 결정을 조목조목 비판한 점에 비춰볼 때 이사회를 상대로 배임 및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 등을 지적하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지난달 19일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엘리엇은 향후 본안 소송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번 합병이 통과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9월 1일자로 합친다. 합병회사의 명칭은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주총일로부터 8월 6일까지이며 채권자 이의제출 기간은 8월 18일까지이다. 합병등기 예정일은 9월 4일이고, 신주상장 예정일은 9월 15일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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