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법조 X파일] 국보급 '신라 불상' 일본 돌려준 속사정

시계아이콘01분 5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동조여래입상' 일본 사찰서 도난당해…檢, 형사소송법 규정 적용해 반환 결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100억원대 국보급 문화재가 나타났다.”


2012년 연말 골동품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의 불상이 거래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업계의 술렁임은 수사기관에 포착됐다. 수사기관은 소문의 진원지를 역추적 하면서 의혹을 파헤쳤다.

문제의 불상은 도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국내가 아닌 일본에서 도난당한 불상이었다. 일본 대마도 소재 카이진신사와 관음사에 문화재 절도단이 들이닥친 것은 2012년 10월이었다. 절도단은 카이진신사에서 ‘동조여래입상’을 훔치고, 관음사에서 ‘관세음보살좌상’을 훔쳤다.


절도단은 국제여객선을 통해 부산으로 들어왔고, 국내에서 불상을 처분하려다 수사기관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2013년 1월 문화재청과 경찰청 수사공조를 통해 문화재 절도범을 검거했고, 불상 2점을 압수했다. 대전지법은 2013년 6월 문화재 절도단에 대해 징역 1~4년을 선고했고, 불상 2점은 몰수를 선고했다.

동조여래입상은 일본이 1974년 ‘국가지정 중요문화재’로 지정한 불상이다. 관세음보살좌상도 1973년 5월 일본 현의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법조 X파일] 국보급 '신라 불상' 일본 돌려준 속사정 일본 카이진신사가 2012년 10월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진 '동조여래입상'. 동조여래입상은 통일신라 때 만든 '국보급 문화재'로서 일본으로의 반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2015년 7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문화재절도단이 훔쳤던 '동조여래입상'을 일본 카이진신사 측에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사진출처-대검찰청
AD


일본 국가지정 중요문화재 반환 문제가 국내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통일신라 때 제작된 한국의 불상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감정결과를 보면 ‘동조여래입상’은 8세기 전반(통일신라시대) 때 작품이다. 높이는 좌대 포함해 38.2㎝이고, 무게는 4.1㎏이다. 일본으로 반출된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상적인 교류에 의해 전해졌을 수도 있고 임진왜란 때 약탈됐을 가능성도 있다. 바로 이 지점이 미묘한 부분이다. 일본에는 한국의 중요 문화재 수만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정상적이지 않은 경로(약탈 등)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국보급 문화재로 평가받으며 골동품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동조여래입상’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검찰은 동조여래입상을 일본 측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형사소송법 제484조(몰수물의 교부)를 보면 ‘몰수를 집행한 후 3월 이내에 몰수물에 대해 정당한 권리있는 자가 교부를 청구한 때에는 검사가 파괴 또는 폐기할 것이 아니면 이를 교부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일본 카이진신사는 동조여래입상의 ‘정당한 권리있는 자’로 봐야 할까. 애매한 부분이지만, 동조여래입상을 일본 측이 약탈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문화재 절도단이 카이진 신사에서 몰래 불상을 훔쳐 가지고 나왔다는 점은 수사결과와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항이다.


검찰은 충남 서산의 ‘부석사’가 소유권 소송을 제기한 관세음보살좌상의 반환 여부 판단은 미뤘지만, 동조여래입상은 반환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교훈을 강조하고 있다. 외국으로 반출된 수많은 문화재를 돌려받으려면 명분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절도범이 훔쳐간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으면 한국의 처지만 곤혹스럽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조여래입상의 반환이 늦어지면서 일본이 한국의 문화재 반환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오히려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 검찰의 판단이 늦어진 것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검찰은 문화재청에서 일본 반출 경위 등을 감정하고 우리나라 사찰 또는 단체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어 일정 시간(약 6개월)을 두는 등 정당한 권리자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나지 않자 검찰은 동조여래입상을 돌려주기로 했다. 문화재청도 카이진신사 측에 동조여래입상 반환 결정 사실을 통지했다. 일본 문화재청 관계자는 17일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동조여래입상을 반환 받은 뒤 청사를 떠났다.


외교적으로 보다 정교한 대응을 통해 일본의 문화재 약탈 문제를 국제사회에 부각시켜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평우 '은평역사 한옥박물관장'은 일본에 돌려주지 말고 유네스코에 기탁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AD

일본이 도난당한 문화재를 돌려달라는 똑같은 논리를 국제사회에 전하면서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때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했음을 알리자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동조여래입상을 일본에 돌려주더라도 일본의 문화재 약탈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면서 앞으로 한국의 빼앗긴 문화재 반환에 도움을 얻어야 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일본에 동조여래입상을 전달했고, 일본 측은 '당연한 결정'이라는 입장과 함께 국보급 문화재를 찾아갔다. 법적인 절차를 준수했다고는 하지만, 통일신라의 국보급 문화재를 일본에 돌려준 결과는 짙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일본이 빼앗아간 수많은 한국의 문화재를 언제 어떻게 되찾을지는 기약이 없지 않은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