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관련해 김도희 승무원이 제기한 민사소송이 한국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서면을 미국 법원에 제출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14일 서면을 통해 "사건 당사자와 증인이 모두 한국인이며 관련 수사가 한국에서 이뤄졌고 모든 자료도 한국어로 작성됐다"며 "한국 법원에서 민사·노동법상 김씨가 배상받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기에 한국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불편한 법정의 원칙'에 따라 김씨가 소송을 제기한 미국 대신, 훨씬 편한 한국에서 소송이 진행돼야 한다는 게 조 전 부사장 측의 주장이다.
'땅콩회항' 사건 당시 마카다미아를 서비스했던 김도희 승무원은 지난 3월9일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욕설을 퍼붓고 폭행해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며 경력과 평판에 피해를 봤다"며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뉴욕 법원에 소송을 냈다.
특히 조 전 부사장 측은 김 승무원이 더 많은 배상금과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법원을 고르는 이른바 '포럼쇼핑(forum shopping)'을 한 것이라며 이를 규제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승무원은 소송 당시, 청구 금액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제도인 '징벌적 손해배상'도 요구한 바 있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서면을 통해 김 승무원과 대한항공이 체결한 근로계약서 상 소송도 서울남부지법에서 처리된다는 점도 피력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김 승무원의 변호인에게 각하 요청에 대한 답변을 이달 29일까지 법원에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뉴욕법원은 재판 관할권을 먼저 따져 이번 사건을 각하할지, 그대로 진행할지 결정한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은 미국 로펌 '메이어브라운'에 김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대응을 의뢰했다. 변호인은 워터게이트 사건 특별검사팀에 속했던 리처드 벤-베니스테 변호사로 정해졌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의 지시로 당시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던 박창진 사무장도 미국에서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낼 지 검토 중이다. 박 사무장은 외상후 신경증과 불면증을 산업재해로 최근 인정받았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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